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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y피플]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 배사흠 대표

2014-11-08

“대기업에 ‘예술’까지 밀려나는 현실… 안타깝습니다”

20141108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의 배사흠 대표가 현재 상영중인 영화 ‘다이빙벨’과 그동안 상영된 영화 포스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동성아트홀은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에서 탈락한 뒤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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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사흠 대표가 영사기에 걸려있는 필름을 손보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대구지역에서 예술영화전용관으로 활용돼 온 동성아트홀이 곧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동성아트홀은 올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하는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심사에서 탈락한 후 건물 임차료를 내지 못할 정도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직원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건물 임차 보증금마저 까먹고 있는 상황이다. 동성아트홀은 보증금이 모두 소진되는 내년 1월 쯤에는 극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지난 9월 예술영화전용관 선정 심사를 하면서 동성아트홀을 비롯한 전국의 단관극장을 대거 탈락시켰다. 극장의 수익성이 낮고, 이용관객이 적으며, 열악한 접근성으로 인해 관객이 더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영진위는 이들을 탈락시킨 대신 그 자리에 대기업 계열의 멀티플렉스 극장을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새롭게 지정했다.

영진위의 이같은 처사를 두고 지역 영화인들은 대기업 계열의 멀티플렉스 극장이 형편이 어려운 지방의 작은 극장을 문닫게 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멀티플렉스 극장은 영진위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며 한발짝 슬그머니 물러서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역 영화계는 동성아트홀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나면 지역의 예술영화 활동도 상당부분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예술영화관으로 있더라도 상업시설이라는 근원적 한계를 가지는 만큼 영화의 다양성을 넓히고, 저변을 확대하는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004년부터 동성아트홀을 이끌어온 배사흠 대표를 통해 예술영화전용관의 지난 10년의 성과와 영진위의 예술영화 정책에 대한 견해 등을 들어봤다.

영진위 지원금에 못 미칠 만큼
관객 적고 접근성 떨어진다며
예술영화전용관 선정에서 탈락
대기업 계열 멀티플렉스로 대체

회원들이 한 달에 하루 정해
창구 지키고 청소까지 도맡아
팔 걷고 나서서 극장 지킬 정도
한때 모범사례로 선정되기도

영진위 지원심사에서 탈락한 뒤
직원들 월급 제때 지급 못하고
건물 임차료 못 낼 만큼 경영난
내년 1월쯤 극장 문 닫을 상황

-올해 동성아트홀이 예술영화전용관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예술영화전용관 사업에서 탈락한 것과 관련해 영화진흥위원회는 지원금 액수에 못 미칠 정도로 관객 수가 적다는 것을 들어 예술영화전용관 선정시 신규 관객 개발을 위해 시설이나 접근성이 좋은 곳을 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영화전용관 사업을 처음 제정할 때 예술영화의 상영기회를 확대하고, 영화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취지가 있었던 만큼 이번 선정기준은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동성아트홀은 한때 예술영화전용관 모범사례로 선정되기도 했지요?

“저희 극장은 달랑 200여석에 불과한 단관 극장이지만, 무려 1만8천여명이 넘는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이 있습니다. ‘동성아트홀릭’이라 불리는 카페 회원은 저희 극장의 자랑이자 자부심입니다. 회원들이 극장의 인테리어를 직접 하고, 수시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또 회원들은 쉬는 날이 없는 극장 특성을 고려해 매달 하루씩 날을 정해 제게 휴가를 주기도 합니다. 그런 날이면 회원들이 직접 창구를 지키고, 극장을 마치고 나면 청소까지 해주고 갑니다. 회원들이 직접 극장을 운영하고 지켜가는 모습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모범사례에 선정된 것입니다.”



-영진위가 이번 심사에서 동성아트홀을 떨어뜨린 배경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했는데요.

“그 부분은 많이 아쉽습니다. 예술영화전용관은 수익성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극장입니다. 예를 들어 ‘워낭소리’를 처음 개봉했을 때 엄청난 관객이 몰려들었습니다. 관객스코어가 좀 올라간다고 하니까 이내 멀티플렉스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습니다. 멀티플렉스는 5~6개관을 온통 워낭소리를 상영하며 관객을 싹쓸이하다시피 했습니다. 멀티플렉스는 흥행을 위주로 운영되지만, 예술영화관은 돈이 아닌 영화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운영됩니다. 두 극장은 서로 출발부터 다른 것입니다.”



-그동안 동성아트홀은 다양한 예술영화를 소개한 것으로 압니다.

“저희 극장에서 연간 소개되는 영화가 200여편에 달합니다. 아마도 대구지역 멀티플렉스 극장이 지난 한 해 동안 상영한 영화를 모두 합친다고 해도 200편이 채 안 될 것입니다. 다양한 영화를 소개함으로써 영화의 저변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예술영화전용관인 동성아트홀의 힘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동성아트홀에 걸린 영화에는 어떤 작품이 있었습니까?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품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노영석 감독의 ‘낮술’이라든지,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송환’도 가슴을 울린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인 영화제, 올빼미 영화제, 전수일 감독 특별전, 추억의 명화전 등 동성아트홀에서 개최한 영화제도 적지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요즘 동성아트홀의 상영작은 무엇입니까.

“세월호 사고에서 다이빙벨 투입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입니다. 이 영화는 롯데도, CGV도 상영하지 않고, 오직 저희 극장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성아트홀과 인연을 맺은 과정이 궁금합니다. 젊은 시절 영화관에서 간판 그리는 일로 영화일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손재주가 제법 있는 편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대구 만경관 등에서 영화 간판 그리는 일을 했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컴퓨터로 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간판을 일일이 손으로 그리거나 직접 손으로 글씨를 써야 했거든요.”

-그러다 전 재산을 털어 극장운영을 시작하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1992년 대구 최초의 소극장인 푸른극장을 빌려 현재까지 운영을 해오고 있습니다. 당시 제 건물도 아니고 단지 임차를 했을 뿐인데도 제가 가진 돈의 전부인 3억원을 들여 내부 인테리어를 했을 정도로 애착을 가졌습니다. 처음 잘나갈 때는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이 극장 뒷문에 길게 줄을 설 정도로 성황을 이뤘지만, 소극장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영화관이 개봉관에서 재개봉관, 비디오 전용극장에서 제한상영관, 그리고 예술영화전용관으로 부침을 겪기도 했습니다.”



-잘나갈 때는 극장에 소속된 직원도 꽤 많았다던데요.

“1990년대 초반 동성로에는 무려 15개의 소극장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희 극장의 스크린이 가장 크고, 시설도 좋았기 때문에 그야말로 관객이 터져나갈 지경이었지요. 극장운영에도 지배인, 영사기사, 영사기사 조수, 홍보 선전부, 매점직원, 청소부 등 여러 명이 있었지만, 극장이 수익을 맞추기 어려워지면서 하나둘 빠져나가고 지금은 저희 가족들만 남아서 가까스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멀티플렉스는 여전히 승승장구하는데, 예술영화관이 이렇게 고전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와 예술영화관의 경쟁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입니다. 멀티플렉스는 한 극장에 10여개의 스크린을 갖추고, 히트작이라도 터졌다 하면 모든 스크린에 한 영화만 상영하며 흥행에 올인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히트작이 터진다 하더라도 영화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 하루에 한 번 이상 상영하지 않습니다. 멀티플렉스와 저희는 출발점이 다르고, 지향점이 다르고, 따라서 극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합니다.”



-대구지역 예술영화 관객들은 동성아트홀이 우리 곁에 오래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하는데요.

“극장 임차료와 최소한의 인건비 정도만 나온다고 해도 계속 유지할 수가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건물 보증금을 계속 까먹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인 듯합니다. 저는 수익금을 10원도 안 가져가도 좋은데, 영사기사 등 다른 직원들에게는 그걸 강요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영화가 좋아서 한다고 하더라도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니까요. 내년 1월까지 극장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안타까운 결말도 감수해야 할 듯합니다.”



-예술영화 전용관의 존재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예술영화 전용관에서는 멀티플렉스에 걸리지 않는 작품들이 주로 상영됩니다. 신인감독이 만든 작품이나 저예산 영화 등이 주로 걸리는데, 이런 작품은 대개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멀티플렉스에서는 상영되지 않습니다. 이런 영화들이 사장된다면 경제적이든 무엇이든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술영화전용관 선정에 탈락된 것과 관련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정책이 원망스러울 듯합니다.

“국내 대기업이 원망스럽습니다. 골목의 구멍가게가 사라진 것도 결국 대기업들이 장악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대기업들이 그만큼 성장했으면 외국으로 발 뻗어 나가지, 왜 가난한 국내 사람을 못 살게 구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예술영화전용관을 운영한 지난 10년을 되돌아본다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 대표로 있은 지난 10년은 제 인생에서 최고의 날들이었습니다. 예술영화를 상영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늘 쪼들렸지만, 다양한 영화를 대구시민에게 소개하고, 또 영화를 통해 수많은 관객을 만나고 호흡할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었습니다. 동성아트홀은 제게 큰 행운이었고, 자부심이었습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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