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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기 4대 24시간 가동…물 남아돌아요”

2017-06-22

■ 상주·낙단보 인근 르포

20170622
상주 사벌면 묵하리 양수장에서 퍼올린 낙동강물이 논으로 이어진 수로에 쏟아지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상주지사 이재우 과장이 상주 묵하리 양수장 기계실에서 현장조작패널을 조종하고 있다(작은 사진).

“다른 지역 농민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곳은 가뭄을 전혀 못 느낍니다. 바쁘긴 해도 조금씩 굵어지는 배를 보면 힘이 납니다.” 가뭄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만난 상주시 사벌면 용담리 이정원씨(62)는 예상 외의 말을 했다. 물이 흔하니 농사가 잘돼 벼도, 배도 어느 해보다 작황이 좋다는 것. 이씨는 벼와 배 농사를 각각 2만4천여㎡ 정도씩 짓고 있다.

이씨와 인근 지역 농민은 사벌면 묵하리 양수장에서 공급하는 물을 농사에 이용한다. 상주보 상류 낙동강물을 끌어올리는 묵하리 양수장은 한국농어촌공사가 332억원을 들여 지난해 말 완공했다. 지난 4월18일 통수식을 가진 이후 사벌면과 계림동 일대 3천200여㏊의 농지에 물을 댄다.

양수장 모두 23개소 설치
농업용수로 쓰고 남은 물
저수지 보내 저장 ‘만수위’
이 가뭄에도 물걱정 없어
산불 진화에도 큰 도움 줘


양수장을 관리하는 농어촌공사 상주지사 이재우 과장을 따라 양수장의 기계실에 들어가니 거대한 4대의 양수기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양수기는 각각 600㎾의 전력을 소모하며 가동된다. 각각 930마력의 힘으로 돌아가는 것. 4대를 동시에 24시간 풀 가동시키면 물 17만2천800여t을 끌어올릴 수 있다. 4대의 양수기는 기계실 중앙에 위치한 현장조작판넬에서 조종한다. 원격조종 체계를 갖췄기 때문에 상주지사나 사벌면 지소에서도 TMTC(농업용수관리자동화장치)를 이용해 컨트롤할 수 있다.

이곳에서 양수된 물은 덕가·목가·용담리 등 사벌면의 거의 전 지역과 계림동 일부의 논·밭을 적신다. 또 배 과수원 330㏊도 톡톡히 덕을 보고 있다. 사벌면은 참배수출단지를 비롯해 410여 농가가 배 과수원 330㏊를 경작하는, 면 단위로는 우리나라 최대의 배 생산단지다. 여기서 생산된 배는 미국·캐나다·호주 등지에 수출되며, 미국계 매장 코스트코에도 납품한다. 이씨는 “과수원 옆 용수로로 물이 풍부하게 흐르니 양수기만 갖다 대면 바로 물을 쓸 수 있어요. 안 그러면 수백만원 주고 관정을 파야지, 파도 이런 가뭄에는 물도 제대로 안 나오지, 양수장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3천200여㏊의 농지를 적시고 남은 물은 용수로 끝과 연결된 저수지에 들어가 저장된다. 이 때문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여타 저수지와 달리 덕가·화달·덕담·용담저수지 등 용수로와 연결된 저수지는 만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가뭄에도 만수위를 유지한 저수지는 산불진화에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달 6일 3명의 사상자를 내며 이틀간 탄 사벌면 일대의 산불을 진화하는 데 만수위를 유지하고 있던 덕가저수지는 중요한 진화용수 보급역할을 했다. 산불 진화에 동원된 헬기들은 현장과 지근거리에 있는 덕가저수지에서 물을 받아 빠른 시간 안에 현장에 살포할 수 있었다. 목격자에 따르면 이 저수지에서 한 번에 4~5대의 헬기가 동시에 물을 받기도 했다.

상주는 낙동강이 34㎞에 걸쳐 흐르고 상주보와 낙단보가 설치돼 있다. 이를 이용한 수리시설이 갖춰진 지역 농민은 요즘 같은 큰 가뭄에도 물걱정 없이 농사를 짓는다. 낙동강 상주 구간에는 모두 23개소의 양수장이 설치돼 있다. 이 수리시설이 사벌면과 낙동·중동면의 농지에 물을 댄다. 이들 양수장은 낙단보와 상주보가 일정 수준의 수위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물을 퍼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상주보 상류에 위치한 양수장은 양수제약 수위가 해발 45.5m다. 물이 최소한 해발 45.5m 이상의 수준을 유지해야 정상적인 양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수위를 유지해 주는 상주보의 관리수위(물넘이 벽을 넘는 물의 수위)는 해발 47m. 물이 무넘이벽을 넘을 정도로 차 있을 때 해발 47m가 된다는 뜻이다. 수문 개방 등으로 실제 수위가 1.5m 이상 내려가면 양수장의 물 펌핑이 불가능해진다. 낙단보의 관리 수위는 40m이며 그 상류의 양수장 양수제약 수위는 39m다. 이 때문에 농사철에 보의 수문을 개방한다는 것은 농민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글·사진=상주 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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