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8(금)

대공연장부터 동네서점까지…풍성한 강연·행사

| 2017-08-12 07:49:27

■ 대중 인문학의 바다 대구

대구 용학도서관의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가운데 ‘대구 유학의 전개과정’ 참가자들이 달성군 하목정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용학도서관 제공>

생활 가까운 곳에서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명사를 초청하는 인문학 강의다. 강의의 주제는 문화부터 역사, 과학까지 다양하다. 강의를 진행하는 단체는 강의 공간과 주제에 맞는 인문학 강의를 진행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대구의 경우 인문학 강의가 동네 도서관은 물론이고 1천석 규모의 대공연장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인문학 극장을 진행 중인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최현묵 관장은 “공간의 특수성에 따라 인문학의 방향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소규모 아카데미로 운영되는 인문학은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진행되므로 규모를 작게 해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문화예술회관과 같이 규모가 큰 공간의 경우 대구 시민 전체의 공통적인 관심사를 바탕으로 공개 강의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강연에서 배우고…

대구문화예술회관 인문학 극장
작년 관객 2738명 뜨거운 관심
올해는 김용옥·전원책 등 특강
공연장 이용 인문특강 잇따라



장하성 文정부 정책실장, 대구문화예술회관 2016년 ‘인문학 극장’
◆공연장, 도서관에서 펼쳐지는 인문학

대구에서도 인문학 강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공연장에서는 주로 여름 휴가, 방학 기간을 활용해 강의를 마련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지난해부터 다양한 분야의 명사를 초청하는 ‘인문학 극장’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 강연 형식에서 벗어나 공연장이 가지고 있는 환경을 적극 활용한다. 무대 설치를 이용해 이야기 쇼 형식으로 구성하면서 다른 인문학 강의와 차별화를 꾀한다. 시민들이 가야 할 이정표를 세워보자는 의도를 갖고 대한민국 대표 지성인이면서 대구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인사를 강사로 초청한다. 지난해 이어령(전 문화부 장관), 최재천(생물학자), 이문열(소설가), 장하성(현 청와대 정책실장), 송길영(다음소프트 부사장), 정호승(시인)이 강사로 나서 다양한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 따르면, 지난해 총 6회 열린 인문학 극장의 총 관객수는 2천738명이었다. 올해도 시민들의 높은 호응에 부응하기 위해 인문학 극장을 진행한다. 오는 16일부터 김용옥 한신대 교수와 윤홍균 의사, 전원책 변호사가 ‘동아시아의 평화 in 인문학’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어령 前 문화부 장관, 대구문화예술회관, 2016년 ‘인문학 극장’
달서문화재단은 3년째 ‘꿈쇼(SHOW)’를 진행하고 있다. ‘문화예술’을 주제로 문화예술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성장스토리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둔다. 꿈을 갖게 된 동기, 에피소드 등을 전달해 문화예술분야로 진로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참가하는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한 해 평균 80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2015년에는 조윤범(바이올리니스트), 김설진(무용가), 명로진(배우), 구상(자동차 디자이너)이 강사로 나섰으며, 2016년에는 박해미(배우), 최범석(패션디자이너), 최효정(개그맨), 박준우(푸드칼럼니스트)가
박준우 푸드 칼럼니스트, 달서문화재단, 2016년 ‘꿈쇼’
강연을 진행했다. 올해는 지난 7월 팝핀 현준(공연예술가), 이종범(만화가), 채사장(작가), 조선희(사진작가)가 강사로 나서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이병배 달서문화재단 대표는 “올해 진행된 꿈쇼에서 만화가가 꿈인 한 초등학생이 이종범씨의 강연을 열심히 듣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수성아트피아는 오는 17일부터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인문특강을 진행한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기생충학 교수 서민, 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김영나 등이 강연자로 나설 예정이다.

팝핀 현준 공연예술가, 달서문화재단, 2017년 ‘꿈쇼’
도서관과 대구문학관 등에서도 다양한 인문학 특강이 진행되고 있다. 태전도서관, 용학도서관, 서부도서관, 두류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각 분야의 인문학자와 주민들이 강연 및 탐방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다. <사>대구작가콜로퀴엄이 주관하는 ‘2017년 인문학 가치 확산 사업-작가콜로퀴엄 인문예술과학 특강’은 예술·과학 분야의 전문가 강의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해당 분야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올해는 중구 대구문학관과 수성구 아트센터 달에서 12월까지 진행하며, 김훈(소설가), 진중권(교수), 황보연(동물행동학자) 등이 강연한다.


직접 소통하고…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등
책 함께 읽기…글쓰기 모임
전문가 없는 소규모 프로그램
지역에 맞는 마을 인문학 추구



달서문화재단에서 진행된 2016년 ‘꿈쇼’에서 배우 박혜미가 강연을 하고 있다. <달서문화재단 제공>
◆인문학 외연 확대 vs 상업주의 전락

최근 인문학 열풍에는 명사를 초청하는 강연이 중심에 있다. 이를 놓고 특정 전문가들만이 모여 향유하던 인문학의 외연이 확대되는 계기라는 긍정적인 시선과 함께 인문학이 자본과 합쳐져 상업주의로 전락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전문가들의 강의를 생활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제대로 된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강연 위주로 진행되는 인문학을 탈피해 소규모로 진행되는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도 있다. 2014년 만들어진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은 강연 위주의 인문학이 아닌 지역에 맞는 마을 인문학을 찾고 실천하는 단체다. 문화·역사·철학을 중심으로 ‘고전인문학’ ‘청소년인문학’ ‘골목길의 인문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네서점 ‘읽다 익다’에서 진행된 인문학 모임. <읽다 익다 제공>
동네서점을 중심으로도 다양한 인문학 모임이 열리고 있다. 동네서점 ‘읽다 익다’(대구 수성구 신매동)에서는 동네 주민들이 모여 ‘책 함께 읽기’ ‘작은 그림 그리기’ ‘글쓰기 모임’ 등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주제로 인문학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읽다 익다’ 오은아 대표는 “좋은 강의를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정말 이런 강의가 우리 삶과 깊은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것이 인문학입니다’ ‘이렇게 살아야 하고, 이런 지식들을 알아야 교양인입니다’ ‘이 영역의 전문지식은 이렇습니다’와 같은 유명인사의 강의를 듣다 보면 그 강의 내용을 메모하는 것만 반복할 뿐이다. 소통이 없는 일방 통행식 강의는 강의장을 벗어나자마자 사라지고, 좋은 강의를 들은 경험, 유명인사를 만났다는 추억만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점을 찾고, 서로의 삶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 일방향도 양방향도 아닌 다방향으로 퍼지는 소통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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