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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대구 ‘문화파출소’ 11개월…동네 사랑방이 되다

2017-10-24

달서구 도원치안센터, 주민 문화예술 소통공간 화려한 변신

20171024
지난해 12월 대구·경북지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문화파출소에서는 악기 연주 교육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문화·건강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2월 창단한 어린이명예경찰 연주단의 모습.

지난 13일 오전 10시 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도원치안센터. 드럼과 첼로 등 악기들이 주민을 맞이했다. 실내에 들어서니 청아한 플루트와 하모니카 소리가 섞여 흘러 나왔다. 이곳을 관리하는 문화보안관 정주희씨(여·40)는 “오전 문화강좌에 참가하는 분들이 악기를 연주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 공간은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처음 문을 연 문화파출소다. 문화파출소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문화체육관광부·경찰청과 함께 추진하는 사업으로, 전국 10곳의 동네 치안센터를 주민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거리감 쌓던 담 허물고 정원 조성
내부 아늑한 강좌실로 리모델링
악기연주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국내 첫 어린이경찰 연주단 창단도
1주년땐 세계적 성악가 공연 추진


문화의 옷을 입고 거듭난 치안센터는 ‘유별난 공간’처럼 보인다. 건물 외관은 다른 경찰 행정관서와 다름없지만, 내부는 기존 딱딱한 느낌의 치안센터를 개조해 문화센터처럼 꾸며 산뜻하다. 회색 일색이던 담벼락을 허물고 정원으로 만들어 주변 경관도 환해졌다. 문화파출소는 지상 3층 규모로, 2층엔 프로그램 강좌실이 마련됐다. 다락방처럼 아늑하게 만들어 주민들이 강좌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1층은 민원실과 사무실이 딸려 있고 한쪽에는 피아노도 들여놨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들러 피아노 연습을 하고 간다.

문화파출소를 관리하는 달서경찰서 청문감사관실 김성훈 경감(43)은 “치안센터는 낡고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되는데 문화파출소로 꾸며진 뒤로는 밝고 활기찬 느낌이 든다. 주민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개소한 지 11개월이 지나자 주민들이 쉽게 드나드는 ‘사랑방’이 됐다. 지난 4월부터 이곳에서 오카리나를 배우고 있다는 권경란씨(여·64)와 오덕순씨(여·64)는 “파출소에서 문화강좌를 한다고 해서 의아했는데, 서너번 와서 직접 해보고 문화파출소라는 걸 실감하게 됐다. 파출소인데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파출소의 운영은 1999년 창단한 대구그랜드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았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주민과 소통하는 구실을 하는 문화보안관이 상주하고 있다. 악기 연주 교육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문화·건강 교육 프로그램이 이뤄진다. 각 수업은 매주 1회 진행되고 강의료는 월 2만~6만원이다. 강좌를 듣는 회원은 250여명이다. 이들은 문화파출소 운영 프로그램(31개)부터 자율동아리 활동(2개)까지 하고 있다. 문화보안관 정씨는 “파출소에서 문화활동을 하는 것을 다들 생소해 했다. 그런데 주민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서구 평리동, 북구 침산동에서도 강좌를 들으러 온다”고 말했다.

치안센터장인 노희택 경위(58)는 “치안센터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으니, 경찰이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느낌이 든다. 전보다 업무량은 많아졌지만 사람이 드나드니 분위기가 밝아져 마음이 푸근하다”고 했다. 노 경위는 업무를 마친 뒤 통기타 강좌를 배우고 있다.

문화파출소는 기존 치안센터 구실은 유지한 채 범죄 피해자를 위한 심리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김성훈 경감은 “범죄 피해자 상담 등은 본인이 꺼려 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서의 딱딱한 이미지로 인해 치유받으러 와서 오히려 위축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화경찰서에서는 범죄 피해자가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심리치유를 받는다. 심리치유 프로그램의 참여율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문화파출소는 악기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국내에서 처음으로 어린이명예경찰 연주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바이올린과 첼로, 플루트 등의 악기를 배운 초등학생 15명은 지난달 수성못페스티벌 초청 공연을 비롯해 양로원이나 교도소 등에서도 연주를 해왔다. 지난달 23일 문화파출소 앞마당에서 열린 프리마켓 콘서트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연주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박향희 대구그랜드심포니오케스트라 단장은 “오는 11월 중 문화파출소 개소 1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바리톤과 테너들의 무대를 계획 중”이라면서 “작은 공간이지만 주민들이 좋은 예술가를 만나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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