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지방이전계획 국가발전 전략서 제외
이낙연 국무총리(왼쪽 셋째)가 전남도지사였던 2013년 5월 지역균형발전협의체와 전국균형발전지방의회협의회 소속 의원, 지방의회 의장, 비수도권 단체장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수도권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이전을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남일보 DB) |
‘새정부 국가균형발전 비전 및 전략’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문재인정부가 사실상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을 국가 전략에서 배제할 것으로 알려져 국가균형발전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관계자는 7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이전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 갈등 가능성 고려해
현정부서 사실상 추진 안해”
민주당 이해찬의원
“국가균형발전법에 위배
수도권 과밀해소 도움안돼”
◆수도권에서만 공공기관 152곳 신규 지정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실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신규 지정된 공공기관은 330개로, 이 중 수도권 소재 기관은 서울 117개, 인천 7개, 경기도 28개 등 152개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예금보험공사, 산업기술진흥원 등 122개가 추가 지방이전 대상으로 거론됐다. 근무인원만 5만8천명에 달한다.
그러나 수도권 공공기관 152개 중 6개 기관만 지방이전계획을 확정하고 2018년까지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이를 두고 “‘정부는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관을 단계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시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국가균형발전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참여정부 때 수도권 과밀해소와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이 다음 정부로 지속, 발전하지 못해 혁신도시 성장과 국가균형발전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며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을 담당하고 있고 지역위 당연직 위원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무회의와 지역발전위원회에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을 적극 건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무현정부는 국가균형발전법에 따라 2005년 6월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수립, 2007년부터 대구와 김천 등에 10개 혁신도시를 조성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시행했다. 2016년 말 기준 이전 대상기관 154곳 중 143곳이 이전을 완료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장애물은?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은 사회적 갈등 가능성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추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중장기 전략에서 제외한 것은 사실상 현 정부에서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각 지역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이 2022년까지 지역인채 채용비율을 30%로 확대하는 내용의 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발표하자, 혁신도시법에 따른 이전 공공기관이 없는 대전시가 크게 반발했다.
또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15개 기존 공공기관 부지의 경우, 해당 공공기관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남은 부지가 매각되지 않으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이들 15곳의 부동산은 대부분이 고가의 매물들로, 합계 금액만 1조1천억원을 넘는다. 특히 남은 부동산 중 일부는 수차례 유찰을 거듭하면서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5곳 가운데 12곳이 정부 산하기관 소유인 탓에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어렵다는 이유다. 여기에다 핵·미사일 위협의 강도를 높이던 북한이 돌연 유화 모드로 돌아서면서 고차 방정식이 돼버린 한미 외교 관계,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 문제, 사드 앙금을 풀지 않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회복 등 대외 환경도 만만치 않다. 이런 와중에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지역 갈등마저 불거질 경우 올해 지방선거, 특히 수도권에서 큰 부담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일부 부정적 시선도 넘어야 할 산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업무 효율을 무시한 무조건적 평등주의이며, 오히려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만 오른다는 것이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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