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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장은 고위 공무원 출신”…포항 북구 죽장면 현내리 최동로씨 이장 맡아 화제

2018-01-13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역임
귀농 5년차 사과농사 짓는 농부
주민에 기술전파 소득증대 기여
“성공적 귀농농장 모델 만들고파”

“우리 마을 이장은 고위 공무원 출신”…포항 북구 죽장면 현내리 최동로씨 이장 맡아 화제

포항 북구 죽장면에 고위 공무원 출신 마을이장이 탄생했다.

죽장면사무소는 12일 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최동로씨(64·사진)를 죽장면 현내리 이장으로 위촉했다. 이 자리에서 최 이장은 “막상 이장 위촉패를 받아보니 고민이 많다. 옛날 어린 시절 농촌의 모습은 끈끈한 정이 넘쳐났던 것 같다. 모두가 형제처럼 지냈는데 시대가 바뀌다보니 많이 변한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과거 우리의 모습을 되찾도록 공동체의식을 회복해 마을 주민 간 정겨운 모습을 되살리도록 주민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이장은 지난 30여 년간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한 농업전문가다. 죽장면이 고향인 최 이장은 대구농림고와 경북대 농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가고시마대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농촌진흥청에 들어가 농업과학기술원 농업생물부장, 농촌현장지원단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0년 2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2급)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공직생활을 마친 그는 몇 개월간의 고심 끝에 귀향을 결심하고 2013년 7월 고향인 죽장면으로 귀농했다. 50여 가구 7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현내리에서 8천260㎡(2천500평) 규모로 사과 농사를 5년째 짓고 있다. 최 이장은 “공직생활을 끝내고 한동안 휴식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평생 일을 하던 사람이 막상 여유로운 시간을 많이 갖게 되니 힘들었다”면서 “가족 특히 아내를 설득하고 정년퇴임 4개월 만에 고향에 안착하게 됐다”고 귀농 이유를 들려줬다.

현내리에 정착한 그는 마을 어르신을 공경하고 주민과 소통하며 나름대로 성공한 귀농생활을 해왔다. 특히 고품질 사과 재배와 주민의 판로 개척에 큰 도움을 주는 죽장사과영농조합원으로 활동했다. 전문 지식과 사과재배 기술을 주민에게 전파하며 농가소득 향상에 일조했다.

그의 전문성과 근면성은 물론 성품을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마을 이장이 돼 줄 것을 수차례 부탁했다. 하지만 최 이장은 마을 이장을 맡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계속 고사했다. 그러나 어르신들의 간곡한 부탁에 지난해 말쯤 결국 이장직을 수락했다.

최 이장은 “이장직은 이웃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돼야 한다. 부담을 많이 느껴 이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여러 번 거절했다”면서 “하지만 마을에서는 내 나이가 막내급이다. 이장을 맡아 주기를 바라는 80대 어르신의 부탁을 여러 번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고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최 이장은 귀농귀촌 확산을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그는 “귀농귀촌을 원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자가 많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이웃과 어울리지 못해 실패하고 있다”며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확산시킬 수 있는 ‘귀농 농장’ 모델을 만들고 싶다. 은퇴자의 성공적인 귀농과 함께 어려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어 모두가 함께 잘사는 농촌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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