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9(금)

[영주 베어링산업 메카 부상] (상) 산업의 쌀 베어링산업

| 2018-05-16 07:34:10

2022년까지 6000억원 투입…특화 국가산업단지 조성 목표

영주의 100년 미래 먹거리를 위한 ‘영주베어링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본격 추진되고 있다. 새 정부 국정과제엔 ‘중부권 동서내륙철도 건설’도 포함돼 영주는 겹경사를 맞았다. 모두 6천억원의 국가투자 사업으로 시작되는 영주첨단베어링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1만5천여명의 고용창출을 가져 올 전망이어서 영주는 그 어느 때보다 획기적 발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에 영남일보는 영주 베어링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영주첨단베어링산업클러스터 조성의 앵커기업인 <주>베어링아트 생산라인에서 각종 베어링이 생산되고 있다. <영주시 제공>

베어링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기계의 중요 부품이다. 베어링은 학술적으로 ‘회전하고 있는 기계의 축을 일정한 위치에 고정시키고 축의 하중과 축에 걸리는 하중을 지지하면서 축을 회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계’로 정의돼 있다. 기계를 움직이는 이음새격인 베어링을 최적의 상태로 정밀하게 제작하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2016년 기준 베어링 세계 시장은 110조원, 국내 시장은 4조5천억원으로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현재 SFC(스웨덴)·셰플러(독일) 등 6개 글로벌 기업이 전세계 베어링 시장의 50%를 차지한다.

◆생활용품은 물론 산업기계 필수품

베어링은 움직이는 모든 물건에 들어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집집마다 사용하고 있는 물건은 물론 사무실 물건 속에도 베어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쉬운 예로 우리가 매일 접하는 컴퓨터엔 각종 데이터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가 들어있다. 하드디스크는 데이터의 내용을 회전하는 디스크상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고속 회전하는 디스크의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부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베어링이다. 복사기가 고속으로 작동하면서 종이가 걸리지 않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품도 베어링이다.

산업현장에서 베어링의 쓰임새는 더욱 다양해진다. 각종 산업현장 설비에서부터 기계 제작까지 수도 없이 사용된다. 현재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베어링의 종류는 약 5만개로 추정된다. 동일한 사이즈라 하더라도 제조업체별로 사양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종류는 26만~27만개 정도로 늘어난다.

베어링의 대표적인 산업은 자동차 분야로 베어링의 50%가 현재 자동차와 관련돼 활용되고 있다. 자동차 한 대에 평균 100~300개의 베어링이 사용된다. 철도·비행기·세탁기·냉장고·에어컨·진공청소기 등에도 베어링은 빠질 수 없는 부품이다. 최근엔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와 LED·로봇 솔루션·태양광·풍력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초정밀·초고속 내구성 기술이 집약된 베어링산업에 대해 선진국에선 이미 국가 차원의 지원이 활발하다. 특히 항공·우주·정밀공작기계산업 등 최첨단 산업 분야에 베어링 제품이 활용되면서 향후 첨단 산업의 주도권을 판가름할 중요산업으로 인식되고 이와 관련한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갈 길 먼 우리나라 베어링산업

많은 나라에서 베어링산업과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처럼 베어링산업을 정부 주도로 육성하는 이유는 베어링 관련 기술 축적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학자와 경제인들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의 인프라 구축과 경쟁력 확보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계적으로 베어링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국가는일본·중국·유럽·미국 등이며 우리나라도 한 축을 담당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베어링분야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베어링 무역적자 국가에 해당한다. 국가통계포털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약 2억2천600만달러의 적자를 보았다.


사무실 물품부터 우주기술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필수품

국내에선 소형 제품만 주로 생산돼
2015년 무역적자 2억2천600만달러
국가차원 고성능 제품 R&D 필요

일진그룹과 3천억원 투자양해 각서
산업친화 요소 앞세워 투자 이끌어



우리나라가 베어링 분야에서 적자를 보이는 대표적인 이유는 고가·고부가가치형 베어링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직경 100㎜미만 소형 볼베어링이 주력 품목이다. 고가·고부가가치형 베어링이 대형 베어링·정밀 베어링·고기능 베어링 등인 것과 비교해 동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가·고부가 품목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베어링 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 등을 통해 관련 분야 기술 육성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베어링 분야는 선진국 기술을 단순 모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R&D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베어링산업 중심지를 꿈꾸는 영주

지난해 9월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 일행이 베어링아트를 방문해 공장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간 3천15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영주 장수면 베어링아트 전경.
영주시는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나라 베어링산업을 이끌어 베어링클러스터 구축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시가 첨단산업에 주목하게 된 것은 10여년 전이다. 일찌감치 신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2011년 세계적 자동차 부품기업인 일진그룹과 3천억원 규모의 투자양해 각서를 체결하고, 이후 베어링을 영주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힘써 왔다.

그동안 알루미늄과 베어링 등 첨단 신소재산업을 지역 대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70억원을 들여 하이테크 베어링시험평가센터를 구축하고, 베어링 관련기업과 대학·연구소 유치에 나서는 등 베어링 산업화 기반구축 사업과 경량합금 소재부품 기반구축 사업을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영주 장수면에 자리한 <주>베어링아트는 직원 800여명에 연간 매출액이 3천155억원이다. 차량용 휠 베어링 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으며 영역도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영주 첨단베어링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2022년까지 총 6천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첨단베어링 제조기술센터 건립 등 베어링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 구축과 연구개발사업, 베어링 특화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첨단베어링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전국에 분산된 베어링 생산·협력기업, 연구소, 물류센터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베어링 관련 정보·지식 공유를 통해 연구 개발에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영주시는 기대하고 있다.

영주가 이처럼 베어링 산업 중심지를 꿈꾸는 데는 산업 친화적 요소도 존재한다. 최근 행정안전부·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28개 지자체와 8천700여개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각 지자체의 기업 만족도와 규제 환경을 조사해 전국 기업 환경지도를 발표했다. 영주시는 경제활동 친화성 부문 중 기업 유치 지원·공장 설립·산업단지 등 6개 분야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또 창업 지원·지역산업 육성 등 4개 분야에서 A등급을 받아 투자하기 좋은 도시로 인정받았다.

또 1960~70년대 철도 교통 요충지였던 영주가 중부권 동서내륙철도 건설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다시 교통 중심지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중부권 동서횡단 철도는 충남·충북·경북 등 3개도 12개 시·군에 걸친 총연장 330㎞로 2030년까지 추진된다. 서해안 신산업 벨트 및 동해안 관광벨트로 연결돼 국토 균형발전은 물론 중부권 12개 시·군의 교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강신호 영주시 투자전략실장은 “영주 베어링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산업 기반을 갖추게 된다”며 “향후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실질적인 계획 수립·추진을 통해 우리나라 첨단베어링산업과 지역 자생력을 크게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주= 김제덕기자 jedeo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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