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3(토)

[강문숙의 즐거운 글쓰기] 첫 생각은 순수한 에너지다

| 2019-02-11 07:54:25


신새벽, 문득 일어나 마치 명상을 하듯이 방석에 다리를 포개고 등을 곧게 펴고 두 손은 무릎 위에 올리다가 또 앞으로 내미는 좌선법을 흉내내 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앉아 눈을 감아 한참을 지나고 보니 감정과 사유에 대한 집착을 흘려보내는 것, 끝까지 계속 앉아 있는 것, 이 좌선의 규칙이 글을 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첫 생각’과 만나면 거기서부터 언어의 힘으로 글을 퍼낼 때 마치 싸움에 나선 전사가 되어야 한다고 작가인 나탈리 골드버그는 말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감정과 에너지의 힘에 질려 겁을 먹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손을 멈추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그 처음 생각이 심장부로 뚫고 들어가도록 손을 계속 움직여야만 한다고 충고합니다. 다시 말하면 멈추지 말고 계속 쓰라는 것이지요. 자신의 감정을 넘어서야만 그 반대편 심장부에 이를 수 있고, 그런 치열함이야말로 글의 힘과 사물의 감춰진 본질을 찾아낼 수 있는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또 글쓰기 훈련에 있어 가장 기본은 제한된 시간동안 글을 써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짧게 하다가 점점 늘릴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의 길이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그 시간 동안만큼은 온전히 집중해서 글로 채우도록 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지요.

몇 가지 규칙이 있다면 손을 계속 움직일 것, 방금 쓴 글을 읽기 위해 손을 멈추게 되면서 써놓은 글을 조절하려고 머뭇거리게 되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이 담겨 있지요. 그리고 편집하려 들지 말고 그대로 밀고 나갈 것과, 문법에 얽매이지 말고 여백을 못 견뎌하지 말라는 것도 기억해야 할 일입니다. 또 마음 가는 대로 내버려 둘 것과, 너무 논리적 사고에 얽매이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창의력이나 독창성이 오히려 훼손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더 깊이 파고드는 것, 두려움이나 벌거벗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도 무조건 더 깊이 뛰어들면 거기에 바로 글쓰기의 치열함인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죠.

첫 생각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 마음에서 제일 먼저 일어나는 불씨입니다. 이 불씨의 뿌리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잠재력과 맞닿아 있습니다. 첫 생각은 에고, 또는 우리를 통제하려고 드는 논리적이 매커니즘(세상은 영구불변하며, 견고하고 지속적이며,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에 얽매이지 않는 생각입니다. 그것은 참신함과 순수한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놓쳐서는 안됩니다.

‘시의 첫 줄은 신이 주는 영감’이라는 릴케의 말도 이와 같은 맥락이지요. 이 계절의 영감으로 가득 찬 시 한편이 떠오릅니다.

‘겨울이 가면서 무어라고 하는지/ 새벽길에 나서서 서리 앉은 한길에/ 앉아보았지/ 갈비뼈가 가지런하듯/ 겨울은 길어 차분하게 정이 들고/ 긴 겨울 동안 매일의 새벽은/ 이러한 고요를 가지고 왔던가/ 매 새벽마다 이걸 가져가라 함이었던가/ 왜 그걸 몰랐을까/ 겨울은 가면서/ 매 새벽마다/ 이 깨끗한 절망을/ 가져가라 했던가/ 꽃씨처럼/ 꽃씨처럼’ (장석남의 시-겨울이 가면서 무어라고 하는지) <시인·전 대구시영재교육원 문학예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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