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3(토)

[아침을 열며] 일본 도쿄타워에 홍등이 걸린 이유

| 2019-02-11 08:24:38

中의 설명절 춘제 축하위해

日 자존심에 붉은등 내걸어

안보환경 위협 벗어나려면

멀리에 있는 혈맹 美보다는

中이 더 필요하다 판단한 듯


중국의 설 명절인 춘제 즈음에 일본의 도쿄타워가 홍등으로 바뀐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총리의 춘제 축하 깜짝 이벤트도 있었다. “따지아, 꾸어 넨 하오.(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국어로 춘제축하 영상메시지를 준비한 것이다. 이 영상은 춘제 전야에 중국 국영중앙TV를 통해 방송되었다. 일본이 중국 춘제를 축하하기 위해 도쿄타워에 붉은 조명을 켠 것도 처음이지만 일본 총리의 영상메시지가 중국 국영방송에서 직접 송출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원래 일본은 태양신을 받드는 해의 나라로 양력 1월1일자 신년을 쇤다. 그동안 일본은 우리의 설이자 중국의 춘제인 음력 정월 초하루를 한국, 중국을 비롯한 미개한 아시아 국가들의 잔칫날로 치부했다. 그런 날에 일본 자존심의 상징인 도쿄타워를 홍등으로 만든 것이다. 이유가 뭘까? 일반적으로 붉은등은 위험경고나 긴급구조의 표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이 도쿄타워에 붉은 조명을 설치한 것은 위기를 알리려는 긴급구조신호(SOS)일까? 아니면 춘제를 맞은 이웃을 축하하는 순수한 우정의 표시일까? 그도 아니라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중국에 대한 구애의 몸짓인가?

돌이켜보면 일본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지금까지 사회주의 중국을 주적으로 설정하고 미일동맹에 의탁하여 생존했다. 지난해 말 발표된 일본의 ‘새로운 방위계획의 대강’과 ‘중기방위력정비계획 2019∼2023’을 보면 미일동맹 강화를 기본방침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판단한다면 일본이 도쿄타워에 붉은등을 내건 것은 미국을 향한 위험경고나 구조요청신호가 분명하다.

그러나 새로운 방위대강을 꼼꼼히 살펴보면 일본의 변심을 발견할 수 있다. 방위대강에서는 일본 안보환경이 당면한 위협을 첫째로는 우주·사이버·전자파 이용의 급증과 이를 활용한 하이브리드전 확대, 둘째로 중국 및 북한의 군사적 능력강화, 셋째로 일본의 국내 상황으로서 인구감소 및 저출산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과 재정악화를 들고 있다. 이 세 가지 위협에 대응하려면 일본은 어떤 방책과 선택이 필요할까? 결론적으로, 일본이 당면한 문제해결에 필요한 최적의 파트너는 중국이다.

우선, 차세대 우주시대를 주도할 국가는 중국이다. 이는 미국정부의 화웨이 압박사건이 대표적인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을 금융사기와 기술절취혐의로 기소하고 미연방수사국 FBI가 화웨이 연구소를 압수수색한 것은 ‘G5네트워크기술’ 전쟁에서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5G기술의 핵심은 정보의 양과 전달속도인데 14억 인구가 생산하는 빅데이터와 5G기술의 결합, 그리고 달 착륙과 인공위성시스템 베이더우(北斗)의 개통을 고려하면 중국의 우주기술 수준이 미국을 추격하거나 넘어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위험에 대한 해결책도 중국이 가지고 있다. 일본의 입장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책은 중국과 친하게 지내고 협력하는 것이다. 북한 위험의 관리 역시 중국 손아귀에 있다. 북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전후로 북중정상회담이 매번 개최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제2차 북미회담 개최도 시진핑-김정은 회동 이후에 확정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이 당면한 경제위축 및 고령화로 인한 일본축소의 문제는 시장의 확대와 노동력의 유입으로 해결될 수 있다. 이 문제 또한 중국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일본은 멀리 있는 혈맹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이 더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올해 양국의 최고 이벤트는 시진핑 주석의 일본방문이다. 오는 6월 개최되는 오사카 G20정상회의가 명분이 되겠지만 동아시아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점에서는 북미정상회담만큼이나 획기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다.

일본이 홍등을 단 의도가 분명해진다. 삼십육계 중 제1계인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너다’라는 만천과해(瞞天過海)를 구사하고 있다. 미국을 속이고 미국이 쳐놓은 샌프란시스코체제의 장막을 넘어 아시아시대의 주도국인 중국으로 가려는 속셈이다.

이정태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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