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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진단] 초록은 동색이었다

2019-02-12

예외가 늘어나면 혼란 가중
잦은 기준변경 불공정 초래
2017년 5월 강렬히 등장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

[화요진단] 초록은 동색이었다
장준영 교육인재개발원장

기해년 설연휴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또 각을 세워 다툰다. 지겹지도,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다. 맨날 싸우고 욕먹으며 에너지를 공급받는, 괴생명체 같다.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의 입장과 논리를 편다. 견강부회의 끝판왕이다. 누가 뭐래도 정치의 최종목적은 국민행복과 국가발전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에겐 정권유지 또는 정권교체가 지상목표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2019년 대한민국 거대 여·야가 그렇다.

익숙하다 못해 질린다. 편가르기도 정도껏 해야 봉합과 화합이 가능한데, 이젠 좌우를 넘어 남녀노소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생각과 의견이 다르면 순식간에 적이 되는 사회로 앞장서서 몰아가는 건 아닌지 섬뜩하다. 겉으로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소통을 내세우지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포용의 크기가 달라진다. 이분법적 사고에 함몰된 사람들의 특징이자 신념을 누군가는 이렇게 정리했다. “난 내가 원하는 진실만 믿고, 내 편에게만 공정하고, 내가 믿는 것이 정의이며, 내 생각과 같은 사람하고만 소통한다.”

최근 들어 ‘24조원 예타면제’ ‘현직 도지사 법정구속’ 등과 같은 굵직한 이슈가 이어졌다. 휘발성이 강해서 후폭풍도 확대 재생산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혈세낭비를 막을 수 있도록 꼼꼼하게 사업의 타당성을 판단해보자는 취지로 1999년 김대중정부 당시 도입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를 무력화했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정부는 ‘균형발전’ 논리로 방어막을 쳤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8일 “대규모 예타 면제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예타 제도는 유지돼야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토목공사와 관련, 여야는 거의 흡사한 논리로 반대와 옹호를 반복하고 있으니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공모 혐의로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 법정구속에 대한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민주당은 분노를 표시하며 ‘적폐세력의 보복판결’ 등으로 연일 강하게 비판한다. 야당은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 만큼 대통령의 입장표명과 함께 추가 수사를 언급하고 있다. 법원의 최종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법치국가에서 집권여당이 판결을 거세게 공격하는 것은 3권 분립에 대한 중대한 도전임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이 나라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정쟁이 일상사가 되고, 나아질 기미마저 보이지 않는다면 정말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것이다. 서민들 처지에서 언제 좋았던 시절이 있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먹고사는 문제가 요즘처럼 두려움으로 다가오면 너무 서글픈 일이다. 권력과 권한을 위임받은 위정자는 국민에게 좋은 결과물을 선사해야 마땅하다. 아무리 선한 의도였다하더라도 결과가 없거나 시원찮다면 의미를 부여하기가 힘든 법이다.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정권에 따라 방법론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어도 자의적 판단과 신념에 따라 원칙을 저버리면 곤란하다. 글과 말은 숫자와 다르게 어떤 식으로든 의도를 포함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국정을 논하는 위치에 있다면 무한의 책임의식을 갖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예외가 늘어나면 혼란이 가중된다. 기준이 자주 바뀌면 불공정을 초래한다. 개선과 개악이 정권의 성향에 따라 달리 해석된다면, 과연 방향성이 존재하는 나라인지 우울한 의문이 든다. 2017년 5월 강렬하게 등장했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당시 말한 이와 들은 이 모두가 바랐던 쪽으로 실현되면 정말 좋겠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원대의 초과세수가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세입과 세출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차이가 너무 났다. 나라 곳간이 더 채워졌다는 데도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원망한다. 경제가 팽팽 돌아가면서 기분 좋게 납세의 의무를 다한 결과였다면 반응의 결이 한참 달랐을 것이다. 혹자는 ‘좋아하는 것을 해줄 때보다, 싫어하는 일을 안할 때 더 큰 신뢰를 보낸다’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장준영 교육인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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