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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섬유도시 대구의 현주소 .3] 근로기준법 밖 섬유노동자들

2019-04-18

대구 1400여곳 ‘5인미만 영세업체’…4대보험·퇴직금 없는 곳 태반
전국 섬유노동자 57%가 50대이상
봉제업은 40대이상이 92% 차지
지역선 원청소속근로자 10%이하

20190418
한국패션산업연구원 1층에 입주한 봉제업체 H사의 내부 전경. 천을 자르고 박음질하면서 옷감에서 떨어진 섬유 먼지가 자욱하다. 이곳의 시설 환경은 대구지역 봉제공장 중에서는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전태일 열사가 일하던 당시, 서울 평화시장 의류공장의 노동환경은 참담했다. 19㎡(6평) 남짓한 좁은 일터에서 수십 명의 노동자들은 밤을 새우며 일했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고, 환풍기도 없어 먼지가 가득했다. 노동자들은 폐질환에 안질(염증성 안구 질환), 영양실조 등 온갖 질환에 시달렸다.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고 지급받는 급여는 지나치게 낮았다.

1970~80년대 섬유산업 수출을 이끈 역군들은 이제 50~60대가 됐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구조는 그때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전국 섬유업체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국내 섬유업체 생산기술직과 단순생산직 인력은 50대 이상이 전체 종사자의 각각 57.8%, 56.6%에 달하는 반면, 30세 미만은 각각 5.2%, 10.5%에 불과했다. 특히 봉제 업체 종사자의 경우 40대 이상이 전체의 92%에 달했다.

참혹한 노동자의 현실을 분신으로 알렸던 전 열사 사후 50년 가까이 지났으나 노동 현실의 개선은 더디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5년 서울지역 봉제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봉제노동자의 4대 보험 미가입률은 83%에 달했다. 또 봉제 일을 하면서 호흡기 증상(가래·비염·기침·숨막힘 등)으로 불편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63%로 나타났다.

이들은 전반적인 노동 환경 중에서는 장시간 노동, 열악한 작업환경, 낮은임금 등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또 최저임금법 위반과 4대 보험, 퇴직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때 국내 섬유산업의 메카로 불렸던 대구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지역 패션·봉제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대구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간담회에서 메리야스봉제협회와 메리야스협의회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생산설비 노후, 생산인력 고령화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지역 섬유노동자는 총3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미싱사는 1천200명, 재단·패턴사는 200명, 마무리 작업공은 100명으로 파악된다. 이들의 급여형태는 세 가지로 나뉜다. 원도급업체에 소속된 근무자(50~100명)들의 경우 월급제다. 4대 보험과 퇴직금 없이 받은 일감만큼 그 대가를 받으면 ‘와리’라고 한다. 와리는 10분의 1을 뜻하는 단위 ‘할(割)’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업계에서는 하도급의 재하도급 구조가 와리로 통용된다. 노동법과 세법 등의 문제로 원도급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개별사업자를 내고 원도급업체에서 일감을 받는 ‘객공’(작업량에 따라 돈을 버는 숙련공)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 가운데 와리가 절반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섬유노동자들은 추산한다. 실제로 2017년 사업체기초통계조사를 보면 대구의 종사자 5인 미만의 지역 봉제업체는 1천424곳으로 집계됐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서민지 수습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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