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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

2019-05-16
20190516
손선우기자<경제부>

‘등가교환(等價交換)’은 동일한 가치를 갖는 두 상품의 교환을 뜻하는 경제학 용어다. 화폐가 생겨난 이후 물건의 가치만큼 돈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무엇인가를 얻고자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공정하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만 등가교환의 법칙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추진되는 다양한 사업들은 그에 맞는 각각의 목적을 띤다. 특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투자하고 개입하는 산업정책은 경제 활력을 대가로 삼아왔다. 기업에 사업할 기회를 제공하면 일자리와 가계 소득이 늘어 꽉 막힌 경제에 숨통이 트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명목으로 매년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이유다.

하지만 등가교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진다. 지난 2월 말부터 최근까지 2개월여 동안 영남일보는 투입 예산 대비 성과가 낙제 수준에 가까운 대구지역 섬유산업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총 27꼭지가 지면에 실렸다. 죽어가는 섬유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등가’에 절박했다.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세금 낭비산업이라는 낙인을 뗄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각종 악재에 맞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업계에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니냐고 따질지도 모르겠다. 되묻고 싶다. 수십년 동안 지원된 막대한 세금을 왜 날려버린 건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지원에 익숙해져 자생할 의지조차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지역 섬유산업에서 등가의 대가는 여전히 요원(遙遠)한 과제다. 민간 연구소의 수장은 자초한 재정 위기를 외면한 채 떠나버렸고, 자성이 결여된 경영진들은 정치색이 다분한 ‘지역 홀대’를 명분 삼아 보조금 지원만 요구한다.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구시는 세금이 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상투적인 지원만 되풀이하고 있다. 노동당국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섬유노동자들에 대해 뒷짐만 진다. 침묵하던 섬유단체는 대구시 대변인 출신 상근부회장을 통해 물밑 작업에만 주력한다. 합리적인 충고와 비판적 의견은 철저하게 묵살된다.

더 허망한 건 업계가 여러 경로를 통해 기사를 보도한 ‘저의’를 묻는 물음이다.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집단의식 속에 누구 하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등가교환의 법칙은 누가 무너트린 것인가. 30년 가까이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꼴찌인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눈에 비친 대구는 단 한구석도 공정하지 않다. 등가의 대가를 치르지 않는 이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버팀목으로 삼고 있다. 중소기업의 독자적 기술을 공동성과로 둔갑시킨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더 이상 관련 기사가 보도되지 않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들은 견고한 옹벽 같은 지역 섬유업계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제는 막장 드라마를 끝낼 때가 왔다.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다. 도둑놈이 많은 것이다.” 불공정한 현실에 분노한 이들에게 공감을 얻는 한 정치인의 발언이 떠오르지 않게 해달라.
손선우기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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