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7(월)

[조정래 칼럼] 수사권 시민에게 반환하라

| 2019-05-24 08:21:47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검찰은 전직 경찰 수장들을 비롯, 전·현직 경찰 간부들에게 칼날을 들이대고 경찰은 전직 검찰총장 등을 수사 선상에 올리며 맞불을 놓는다. 일선 검찰과 경찰도 정상적인 수사를 앞세워 상대방의 약점 물어 뜯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급기야 민갑룡 경찰청장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수사권 조정 법안은 민주적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검경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反)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이 특히 검찰의 개혁에 초점을 맞추면서 검찰 내부의 조직적 반발을 초래하고 여기에 패스트트랙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을 압박하고 나서며 좌충우돌의 힘겨루기가 전개돼 자칫 사법개혁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수사권 조정안 논의 과정에서 검경이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정면충돌의 양상을 보인다. 그럴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검경이 밀리지 않기 위해 ‘진흙탕 싸움’을 질펀하게 벌인 결과, 유혈이 낭자한 피해를 서로에게 입히고 종기를 터트려 곪아온 고름의 뿌리를 삭근(削根)한다면 더 바랄 나위 없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생채기와 상처 위에 새살이 돋아나게 하는 생산적인 싸움이라면 얼마든지 장려돼도 좋다는 말이다.

문제는 검경이 피터지게 싸우다가 수사권 조정이란 목표가 망각되거나 망실돼 수사권 조정이 좌초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점이다. 기실 검찰이 독점해 온 수사권의 검경 조정 문제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독립 문제로 지금보다 극심하게 대립했다. 당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다시피했지만 수사권 조정에 실패해 떠먹여 주는 밥도 못 먹었다는 내부의 자조와 여론의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지금 경찰의 공세는 감성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차분하고 당정청의 지원까지 업은 데다 무소불위 검찰 권한의 축소라는 시민적 요구와도 조응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그 자체로 권력의 분산과 조직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적 가치에 부합하며 목표 정합성을 지향하지만 그보다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양보할 수 없는 최소한의 방책으로 체감된다. 이를테면 과거 실패의 전철을 또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경고음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사실은 바로 이번에는 기필코 검찰의 조직적 저항을 넘어야 한다는 국민적 바람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여망과 기대에 부응하자면 검경은 상대의 권한 비대화와 남용 우려를 지적하기 이전에 자신의 지난 과오와 기득권 내려놓기를 먼저 입에 올려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당위와 소명은 뒷전으로 한 채 조직의 이기와 권익 지키기에 급급하다가는 뭇매를 맞기 십상이다.

검찰의 반발이 조직이기(利己)와 밥그릇 지키기로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무성하고도 적확하다.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검찰 개혁의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정치적 독립성 확보다. 권력의 시녀 등 지금까지 검찰에 덧씌워진 오욕과 오명은 한마디로 정권 안보에 앞장서 온 검찰 흑역사의 유산이고 최우선적으로 청산돼야 할 적폐 중의 적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전방위로 휘두르고 있는 적폐 수사의 칼날을 내부로 돌릴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수사권을 내주지 않고 지키려하기보다는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할 제도와 장치 마련에 매진해야 할 때다.

정부안대로 수사권이 조정되더라도 검찰의 권한이 확 줄어든다고 보지 않는다. 먼저 거리의 시민들에게 물어보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해보라. 경찰 권한의 비대화는 검찰보다 시민들이 우려하고 견제책을 제시해야 하는 게 마땅한 수순이다. 상대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이전에 검경 모두 자체 개혁안을 내놓고 경쟁을 펼쳐야 하는 것 아닌가. 원래 주인인 시민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마름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의 검경 갈등은 이제 그만 접어야 한다. 수사권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 경찰도, 검찰도 수사 앞에 평등해야 한다고 시민은 일갈(一喝)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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