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9(월)

[토요단상] 황교안의 2%

| 2019-05-25 06:33:54

최병묵 정치평론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민생투쟁대장정’을 오늘 마감한다. 시작 19일 만이다. 한국당의 장외(場外) 이벤트는 민주-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의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강행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기획됐다. 그동안 국회는 겉돌았다. 한국당이 국회를 포기했던 것은 아니다.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인영 민주, 나경원 한국, 오신환 바른미래 원내대표는 20일 저녁 호프 미팅을 가졌다. 합의는 없었다고 한다.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여건’일 터이다. 신속처리안건 지정, 그 과정에서 불거진 무더기 고소-고발 처리, 추경안 논의 등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각각 청와대, 황교안 대표와 물밑협의를 진행 중일 것으로 짐작이 된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독재자 후예’ 발언과 한국당의 ‘남로당 후예’ 반격으로 다시 깊어진 갈등이 변수다.

황 대표에겐 문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의 압박을 역(逆)으로 이용하는 정치 기술이 필요하다. 민주당과 강 대 강 대치 속에서 황 대표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민생투쟁은 좋은 대안일 수 있다. 민생투쟁의 후속작이 아직 떠오르지 않아 아쉽다. 어차피 국회의원 총선거는 10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황 대표가 전국을 돌면 지역 정치권이 출렁이게 된다. 필자는 기자 시절 ‘화제의 정치인 등장은 1~3%포인트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진단을 여러 차례 들은 바 있다.

황 대표가 안동을 방문했다 치자. 안동시민이 한국당 대권후보 중 한명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란 흔치 않다. 황 대표를 지지하든 안하든 호기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언론도 지역을 방문한 제1야당 대표를 외면할 수 없다. 다 선거에 도움이 된다. 황 대표의 대장정을 공격하던 민주당이 ‘진짜 민생 대장정’이란 이름으로 따라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황 대표의 대장정이 효과가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국회 일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고 황 대표는 ‘민심의 바다’를 헤엄치는 것이 훨씬 낫다. 명분, 실리 모두 거머쥘 수 있다.

둘째 아쉬움은 메시지다. 그는 가는 곳마다 좌파독재를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좌파적 정책을 잇따라 실험하는 것은 맞다. 문제는 젊은 세대에 우파, 좌파, 보수, 진보식 분류법이 그다지 먹혀들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정치학자들도 이제 이런 분류법을 잘 쓰지 않는다. 좌파를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와 동일시하던 시절엔 이런 낙인 찍기가 효과만점이었다. 시대가 변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념이 어떻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체제’를 선호한다. 덩샤오핑의 캐치프레이즈처럼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식이다. 유럽국가들이 각종 복지정책을 도입하고, 남미 국가들이 국민에게 현금 뿌리기에 골몰하면서 집권을 연장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었다. 좌파보다 포퓰리즘이라는 관점이 더 정확하다. 정치의 실용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황 대표의 ‘좌파독재’ 주장에 동조하는 유권자는 드러내놓고 우파를 자처하는 사람들 외엔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다. 지역적으로 영남, 세대론 60대 이상이다. 이들이 한국당의 핵심 지지층인 것은 분명하다. 중요한 건 이들만으로 정권 탈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수도권, 충청권 유권자와 공감대를 넓히고, 한국당에 대한 50대 이하 세대의 거부감을 줄여야 한다. 그런 방법의 하나가 민생(民生) 접근법이다. 문재인정부의 정책이 소득을 빼앗아간다거나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가며 비판하면 된다.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이 적자 났고 곧 전기료가 오른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가 되는 바람에 국민 돈 몇천억원이 날아갔다’는 식이다. 유권자들의 머리에 쏙쏙 박히는 소재가 즐비하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정책이 워낙 많은 탓이다. 게다가 집권 2년간 성공했다고 꼽을 만한 정책이 딱히 없다는 점도 야당엔 물반 고기반인 셈이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제기했던 국가주의 논쟁도 잘 다듬으면 훌륭한 무기가 된다.

황 대표 스스로 2%를 채울 수도 있고, 통찰력 있는 참모 기용으로 메울 수도 있다. 모두 황 대표의 역량이다. 최병묵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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