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1(토)

[자유성] 최후의 보루

| 2019-05-25 06:35:02


보루(堡壘)는 군사용어다. 적의 공격이나 접근을 막기 위해 돌·흙·콘크리트 따위로 튼튼하게 쌓은 진지를 뜻한다. ‘어떤 일을 제대로 해내기 위한 튼튼한 발판’이라는 게 비유적 의미이다. 적에게 함락당하지 않으려면 군 부대나 조직엔 당연히 ‘최후의 보루’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의 일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당신 최후의 보루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쩔 것인가. 스스럼없이 ‘내 최후의 보루는 이것입니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고향에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자갈논 30마지기나 돌산 2만평이 있든지 공무원 연금을 300만원 이상 탄다든지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인생 2막도 즐겁게 맞이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작금 대한민국의 상당수 퇴직자들의 형편은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 다들 나름 열심히 살았지만 각자 처한 말년 형편은 천태만상이다.

‘남자의 경쟁력은 지갑의 두께’라는 말을 되새겨 보자. 이 말은 진리는 아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다. 지갑속에 현금이 얼마만큼 많이 들어 있느냐에 따라 자신감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이 들면 남자는 입은 잠그고, 지갑은 자주 열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주변 지인들이 환영하고, 즐거운 자리에 불러주고 끼워 준다. ‘두꺼운 지갑을 만드는 게 이 세상 남성들의 최후의 목표’라는 표현이 그래서 유효하다. 그건 연금이나 개인 저축, 상가 임대 수익 등 부동산 수익을 포함해 다양한 수입과 방편들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가장 보편적이면서 이상적인 상황은 공직에서 정년퇴임해 300만원 안팎의 연금을 확보하는 경우다. 배우자든 본인이든 어느 한쪽이라도 이 경우에 해당하면 기본 호구지책은 해결된다.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되면 나머지 기타 경비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부부 양쪽이 다 공직 퇴직자라면 중소기업 사장도 부럽지 않다고 했다. 여기에다 부동산 임대수익이 월 200만원 이상 있으면 금상첨화다. 개인연금을 미리 많이 들어놓은 경우엔 더욱 생활이 윤택해진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지인과 해후했을 때 ‘오랜만이네, 대포한잔 하자’며 먼저 손목을 이끌 수 있는 여유를 지닌, 부러운 분들이 대부분 이 케이스에 해당한다. 말년을 위해 최후의 보루를 튼실하게 쌓는 방안을 고민하느라 머리숱이 자꾸 줄어드는 요즘이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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