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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과 책상사이] 독서와 여가

2019-05-27
20190527

인류 문명에서 진화의 핵심 요소는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상상력을 가진 창의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켰다. 칙센트미하이는 다양한 문화의 교차, 여러 가지 생활방식과 지식의 융합, 새로운 사고를 수용하는 여건 조성 등이 창의성 촉발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기원전 5세기 무렵의 그리스, 15세기의 플로렌스, 19세기의 파리 등이 창의성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삶의 여유’라고 지적했다.

정보화 사회 다음에 온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는 이야기를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사회다. 여기에서는 신화와 꿈, 이야기에 근거한 시장이 형성된다. 그 시장에서는 어떤 상품이든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감성과 꿈은 이야기꾼(storyteller)에 의해 상품으로 구체화된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개인과 상품의 성패를 좌우한다. 다양한 정보를 꿈과 감성으로 엮어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창의력과 상상력이다. 그 원천을 떠받치고 있는 두 기둥은 ‘독서와 여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을 강조하고 있다. ‘독서와 여가 선용’은 워라밸의 핵심 내용이 되어야 한다. 특히 ‘여가의 내용과 질’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미래 사회는 많은 정보를 암기하고 있는 사람, 계산 능력이 빠른 사람보다는 인간적인 감성과 배려의 마음, 이해심과 협동심, 창의적인 사고, 조직력, 가치 판단 능력 등을 가진 사람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MIT 미디어랩 소장인 조이 이토와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라는 용어를 창시한 제프 하우가 쓴 ‘나인’에서 그들은 권위보다 창발, 지도보다 나침반, 안전보다 리스크, 순종보다 불복종, 견고함보다 회복력, 능력보다 다양성 등으로 무장하면 불확실성의 시대를 돌파할 수 있다고 했다. 아날로그적인 미덕에 입각한 인성 교육, 특히 기존의 고정관념과 낡은 제도, 상투적인 것들에 항거하며 새로운 가치와 사랑을 추구하고, 지적인 유연성과 다양성·탄력성을 중시하며, 정신과 영혼의 힘을 길러줄 수 있는 문학교육은 이런 능력과 자질을 배양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필연은 문명의 어머니이고, 여가는 문명의 유모’라고 토인비는 말했다. 대부분의 가정은 예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물질적으로 풍족해졌다. 그러나 아이들은 체계적인 여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예술을 향유하고,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 소양과 인문적 교양이 결여된 상태로 대학에 입학하기 때문에 대학 진학 후 갖게 되는 여가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학생은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유시간과 여가를 사용하는 방법에 의해 공동체의 질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가는 교양의 기초’라고 했다. 우리 학생들의 하루 일과는 아직도 너무 숨 가쁘고 타율에 의해 통제된다. 학생들의 ‘워라밸’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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