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9(월)

[아침을 열며] 정치인의 종교, 교조화된 정치

| 2019-05-27 08:53:13

개인 신앙 존중돼야 하지만

공당대표로 종교행사 갈 땐

편향적인 태도 보여선 안돼

사회 다양성 이해하고 포용

공적 역할에 맞는 행동해야


조계종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석탄일 의식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 개인의 신앙은 당연히 존중돼야 하지만, 공당의 대표로서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포용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석탄일의 법요식에 참석해 불교의식을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에서 강한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퇴진까지 거론한 것이 적절한 건지 모르겠으나, 포용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장례식장 등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종교나 예법대로 한다. 절하는 사람도, 합장하는 사람도, 서서 묵념하는 사람도 있다. 향을 피우기도 하고, 꽃을 놓기도 한다. 각자의 예법에 맡기고 그것을 존중한다. 그러나 특정 종교행사에 참여해서 다른 종교적 입장을 내세우는 일은 경우가 다르다. 공당의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정치인들도 당연히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종교를 포괄하는 공적인 자리에서는 당연히 그에 맞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정 종교국가가 아니라면 여러 종교를 포용하는 태도는 공적인 정치인의 기본적인 자세이다. 과거 이명박 서울시장이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하겠다’는 봉헌서를 낭독하는 황당한 일을 벌인 적도 있다. 대통령 자리에 올라서도 그의 과도한 종교 편향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해당 종교의식을 거부하면서 거기에 참석하는 황 대표의 모습은 5·18 망언 논란에 대한 태도표명을 유보한 채 기념식에 참석하는 행보와 중첩돼 어른거린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종교의 자유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동반한다. 물론 하나의 종교로 그 사회를 지배했던 제정일치의 시대가 있었고, 요즘도 이슬람 근본주의체제 같은 종교국가들이 있다. 그러나 오늘의 민주주의는 주권자적 개인을 존중하면서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원리이다. 이런 공동체를 이끌겠다고 나서는 정치인이나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은 당연히 종교 편향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꼭 종교만이 아니다. 민주 사회의 지도자는 기본적으로 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치집단이 유사 종교화되는 경향도 경계해야 한다. 독단적인 진영 논리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우상화 경향, 정치의 유사 종교적 교조화이다. 종교편향 못지않게 민주적인 사회통합에 역행한다. 자기 진영을 무오류의 절대선으로 간주하면, 그만큼 이견을 가진 다른 집단에 대해 배타적이 된다. 하나의 신념을 위해 노력하는 건 자연스럽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동굴에 갇힌 채 교조화되면 이견과 비판을 신성모독처럼 적대시하게 된다. 정치가 흑백싸움이 된다. 패권 아니면 분단의 정치로 귀결된다.

생물도 단세포에서 유기체로 진화하듯이, 진보된 사회는 다양성이 발현되며 공존할 수 있는 사회이다. 극단적인 정치적 대결은 다양한 사회동력을 위축시킨다. 민주적인 이의제기가 어려워진다. 자칫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다. 양극단에 휩쓸리지 않으면 정치적 입지가 어려운 최근의 우리 정치지형이 안타깝다. 정치인의 완고한 종교적 태도도 그 쪽의 열혈 신도에게는 박수를 받을 것이다. 그 마력에 충실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집단의 열광적인 지지는 받을 수 있을지언정, 국가공동체를 이끄는 포용적 리더십의 지도자는 아니다. 독선의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정치세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권력투쟁의 정치현실이 적과 동지를 구분하게 만드는 게 불가피하지만, 유사 종교화된 정치에서 대결은 더 극단화된다. 민주적 경쟁이 아니라 유사 종교전쟁이 된다. 그러면서 공동체를 내건 권력투쟁이 실제는 진영을 위한 권력투쟁이 돼버린다.

극단화되는 정치풍토에 대한 반작용을 기대한다. 독선의 정치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며 오류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개방성을 역설했던 칼 포퍼(Karl Popper)의 저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 새삼 떠오르는 요즈음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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