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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한국문학] ‘버억’이란 말을 아십니까?

2019-06-13

버카충,엄빠,꾸안꾸,ㅇㅈ…
인터넷 통신언어의 특성은
짧게 줄이거나 자음만 표현
일상 언어의 혼란 야기않고
언어생활에 활용안 찾아야

[우리말과 한국문학] ‘버억’이란 말을 아십니까?
김수정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BK사업단 연구교수

모 대학의 교양 수업을 하던 중 있었던 일이다. 조별 토론 및 발표가 주가 되는 수업인지라 학생들에게 각 조의 개성을 드러내는 조 이름을 정하게 하였는데, 한 조의 이름에 유독 눈길이 갔다. ‘… 버억’이라는 조 이름이 그것인데, 과목명에 ‘버억’이라는 생전 처음 보는 단어가 결합된 합성어였다. 나는 ‘버억’이라는 말의 뜻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 학생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그것만으로는 의미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어 수업을 마치고 인터넷으로 ‘버억’을 검색해 보았다. ‘버억’은 사전에 등재된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뜻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냠냠’과 같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유명한 인터넷 방송 BJ가 처음 쓰기 시작하여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며 SNS에서 최근 눈에 띄게 많이 쓰이는 신조어로, 그 쓰임이 점차 확대되어 음식을 먹는 경우뿐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버억’과 같이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에 쓰이는 언어를 ‘통신 언어’라고 지칭하는데, 어떠한 말들이 쓰이는지 통신 언어의 예를 좀 더 살펴보자. ‘버카충(버스카드충전)’ ‘엄빠(엄마아빠)’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와 같은 예는 몇 개의 단어를 마치 한 단어처럼 짧게 줄여 쓴 것으로 통신 언어의 두드러지는 특징인 줄임말의 예다. 심지어 모음은 생략하고 자음만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흔히 쓰이는데, ‘ㅇㅇ(응)’ ‘ㅇㅈ(인정)’ ‘ㅈㅅ(죄송)’ 등이 있다. 이러한 예들은 메신저 또는 채팅 등 실시간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좀 더 빠르고 간편하게 의미를 전달하고자 만들어진 통신 언어로 볼 수 있다. 글자 입력의 편의성을 위한 통신 언어뿐 아니라 좀 더 생동감 있고 재미있는 표현을 위한 통신 언어, 또는 통신 언어 사용자 간 유대 강화를 위한 통신 언어 등 여러 동기에서 생성된 무수히 많은 통신 언어가 쓰이고 있다.

이러한 통신 언어의 사용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어 왔는데, 통신 언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통신 언어가 자유롭고 창조적인 언어이며 표현의 다양성을 추구함으로써 한국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고 본다. 또 언어는 시대와 사회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통신 언어의 생성 및 사용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통신 언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통신 언어가 언어 파괴의 주범이며 어문 규범에 혼란을 초래하고, 통신 언어 사용자와 비사용자 간의 의사소통 단절을 초래한다고 본다. 또 비대면성과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통신 언어에서 비속어 사용, 언어폭력의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생각해 볼 문제는 통신 언어가 이제는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에 쓰이는 언어’를 넘어 일상생활 속에서도 흔히 사용된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제출한 글을 읽어 보면 단어의 형태를 밝혀서 적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경우가 빈번하고 하나의 문장이 하나의 단어처럼 띄어쓰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는 통신 언어의 사용 습관이 자신도 모르게 공적인 글쓰기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데,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독성이 떨어지고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 수업 시간의 발표와 같은 공적인 말하기에서도 통신 언어의 사용 습관이 그대로 발현되어 비속어와 같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본다. 이러한 모습은 통신 언어가 이미 일상 언어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이는 것으로,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면 통신 언어가 일상 언어의 혼란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표현의 다양성, 창의성과 같은 통신 언어의 긍정적인 측면들을 우리의 언어생활에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김수정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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