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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워] 스테어스 아트 페어의 가치

2019-06-13
[영남타워] 스테어스 아트 페어의 가치

대구에서 색다른 아트 페어가 열리고 있다. 갤러리가 참여하지 않는 미술 시장이다. ‘스테어스’라는 청년 예술가 모임이 만들었다. 그래서 ‘스테어스 아트 페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16일까지 대구 삼성창조캠퍼스 맞은편 영무예다음 견본하우스에서 진행된다. 스테어스 아트 페어 전시장에 가면 갤러리 부스 대신 작가들의 작품만 전시되고 있다. 모두 64명의 청년 작가들이 참여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작가가 45세다. 갤러리에 소속된 작가는 한명도 없다. 미술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작품 가격도 착하다. 일부 작품을 빼면 200만원을 넘지 않는다.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수수료도 없다. 작품이 팔리면 100% 작가에게 돌아간다. 작가들은 대구를 비롯해 광주, 울산, 창원, 안동 등에서 왔다. 영호남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대구와 광주의 협력을 가리키는 ‘달빛동맹’이 연상되기도 한다. ‘달빛 예술축제’로 불러도 괜찮을 듯하다.

스테어스 아트 페어는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유니온 아트 페어’를 벤치마킹했다. 유니온 아트 페어는 작가들이 직접 만든 미술 시장이다. 꽤 잘 운영된다고 한다. 해마다 9월에 열리는데 올해로 3년째다. 유니온 아트 페어가 지속된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작품이 팔리고, 청년 작가들이 예술을 계속 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의미이다. 갤러리들도 유니온 아트 페어에 참여하는 작가들을 주목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이 형성되는 셈이다. 스테어스도 대구미술계 네트워킹에 신경을 쏟고 있다. 아트 페어 기간 전시장이 문을 닫는 오후 8시쯤 미술관계자와 작가들이 참여하는 ‘애프터 파티’를 열고 있다. 미술 시장을 주도하는 인사와 청년 작가들이 교류하는 자리다. ‘어떡해서든’ 청년 작가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스테어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스테어스 아트 페어에 대한 대구미술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잘해봐라”는 응원은 당연하다. 다만 가뜩이나 미술 시장이 위축됐는데, 아무리 저렴하다고 해도 청년 작가들의 작품이 팔리겠느냐는 걱정도 한다. 그래도 가능성이 있으니 다행스럽다. 스테어스 측은 “팔리고 안 팔리고를 떠나서 청년들끼리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청년 작가들은 외롭다.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예술을 선택했지만, 그 작업을 인정받기기 쉽지 않다. 작품이 팔리지 않으면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걱정이다. 청년으로 예술하기가 정말 어렵다. 실제 최근 수창청춘맨숀에 초대를 받은 한 실력파 청년 작가는 미술을 계속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대구의 한 갤러리에 취업해 일을 하면서 생계와 작업 비용을 벌고 있지만, 재료 구입비를 충당하는 것조차 만만찮다. 청년 작가들의 교류는 그래서 중요하다. 동기 부여가 된다. ‘예술로 힘든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극도 된다. 작품이 팔리지 않으면 스스로 작업을 돌아보게 된다.

스테어스 아트 페어를 통한 청년 작가들의 자발적인 움직임과 교류는 대구 예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큰 그림’을 그리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동료애’를 발휘했으면 하는 뜻이 담겨 있다. 대구 예술계는 좀 배타적이다. 작은 이익에 집착해 서로 물고 헐뜯는 경우가 많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아프다’는 정서도 있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욕심을 애써 감추기도 한다. 일부의 문제이긴 하지만, 대구 예술계 전체를 뒤숭숭하게 만든다. 대구에서 ‘나름’ 목소리를 내는 예술인들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스테어스 아트 페어가 내년에도 열리기를 기대한다. 더욱 많은 청년 작가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예술을 사랑하고 청년을 응원하는 후원도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조진범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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