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일)

[토요단상] 臥薪嘗膽(와신상담)

| 2019-07-13 08:00:16

원장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인류역사에서 일어난 전쟁의 가장 큰 이유는 민족적 자존심이나 종교가 아니라 기득권 유지다. 그 사회의 통치세력이 위기에 처하거나 기득권을 잃을 처지에 있다면 기득권을 유지할 방법은 두 가지다. 나라를 팔아서 기득권적 지위를 유지하거나, 전쟁을 일으켜 내부적 갈등을 외부로 투사시킴으로써 국민들의 불만을 외부세력에 대한 적개심으로 돌리는 방법이다. 전자는 이익은 줄지만 안전한 투자이고, 후자는 성공하면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는 등 이익이 크다. 하지만 외부세력에게 기득권을 잃을 위험이 있는 고위험고수익 전략이다. 현대에는 전쟁의 방법이 다양해져 자신도 손실이 클 수밖에 없는 영토침범의 전쟁보다 경제적 손실을 가져다주는 방법으로 전쟁을 한다. 그런데 일본이 우리에게 전쟁을 걸어왔다.

강제징용 문제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했지만, 아베정권의 목표는 일제강점기를 정당화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지율 회복이다. 연이은 실정으로 인하여 지지율이 조금씩 하락하자 그들은 갈등이 필요해졌다. 그들에 대한 내부적 불만을 외부로 돌릴 대상이 필요한데 항상 한국이나 북한이 좋은 대상이었다. 사이가 나쁜 부부가 이웃이든 친척이든 공동의 적이 생기면 사이가 좋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에 대한 분노를 일으켜 자신들에 대한 불만을 희석함으로써 가까이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고 장기적으로는 극우세력을 집결시켜 기득권을 공고히 하고자 한다. 그런데 문제는 예전처럼 독도문제나 북한관련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과 경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방법을 예리하게 오랫동안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아베정권이 수세에 몰렸다는 방증이기는 하지만 그 방법이 너무 치졸하면서 선을 넘었다.

우리나라의 기초소재산업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경우 일본으로부터 기초소재를 사들이고 우리는 완제품을 내다파는 협력적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이 관계는 암묵적으로 서로 윈윈하는 경제적 협력관계가 되어왔었다. 그러나 아베정권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협력에 대한 신뢰를 무참히 깨버렸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와 비교를 하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일본의 기초소재산업의 발전에는 우리 반도체산업의 피드백도 중요한 역할을 했으므로 온전히 일본만의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래서 배신이라고 느껴지면서 정말 화가 난다. 당장에 도시락에 폭탄이라도 욱여넣어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어쩌면 아베정권과 극우세력이 원하는 반응이 이런 광기가 아닐까 싶다. 우리와 일본국민이 서로 광기를 드러내면 결국 아베정권이 기득권을 유지하기에 유리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내 이성은 감정을 벗어나 우리들에게 유리한 것이 무엇인지 계산을 해보자고 말한다.

아베정권은 분명히 단기적으로 큰 이익을 볼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는 게임을 한다고 생각한다. 주위에 보면 싸워서 백전백승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을 옆에 두고 싶지는 않다. 그런 사람은 나도 이겨먹을 게 틀림없으니까. 결국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인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자유무역시대라고 믿었지만 남에게 전적으로 의지한다면 결국 이런 협박과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우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재 국산화와 수입다변화를 시행할 것이다. 일본과 교역하는 다른 나라들도 이 사태를 편안하게 지켜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무엇을 잃어버릴지는 자명해진다. 장기적으로는 시장과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아베정권이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우선은 당장의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물밑작업을 통한 정치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와신상담의 시간이 온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불매운동에 동참하기로 나 자신과 조용히 약속했다. 게임이론의 최고봉은 협력이지만 처벌이 없는 협력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이 정도로 비열한 방법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물건을 사 줄 마음이 싹 사라진다. 그렇다고 일본인들을 미워할 마음도 없고 일본여행을 가거나 일본산 제품을 사는 사람들을 비난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 또한 칼로 긋듯이 철저하게 구별해내기도 어렵겠지만, 그냥 일본여행 아니더라도 여행갈 곳은 많고 일본산 제품이 없더라도 불편함이 조금도 없으므로 굳이 이용할 마음이 없어졌다. 일본은 또한 최소한 나를 잃었다.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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