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2(목)

[3040칼럼] 이공계 병역 특례 축소안 재고해야

| 2019-07-23 08:16:44

제도 축소로 확보하는 병력

매년 2500명 수준으로 미미

과학기술이 경제력의 원천

이공계 기피 심화되지 않게

인적 자원 효율적 배분 필요

김대륜 디지스트 기초학부 교수

지난 몇 주 사이 이공계 병역특례 제도가 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2016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국방부에서 이공계 병역특례 제도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하자 과학기술계가 격렬하게 반발했고, 그 덕분에 이 제도는 계속 유지되었다. 올해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공계 병역특례를 없애기보다는 축소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현재 2천500명 수준인 전문연구요원을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줄여나가 2024년에는 1천100~1천200명 정도로 줄인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학생이 자기 연구실에서 3년간 대체복무를 수행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인원은 1천명에서 700명으로 30% 감축한다고 한다. 기업과 정부출연연구소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것으로 병역 의무를 다하는 석사 졸업생 수는 현재 1천500명에서 400~500명으로 70%나 줄인다.

국방부의 고민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인구 감소로 병역자원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대에 들어가면 병역자원이 35만 명 내외에서 25만 명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병력을 적어도 50만 명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여러 분야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체복무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여론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 2018년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선수를 선발할 때 불거진 잡음으로 예술·체육 분야 특례제도에 대해 공분을 샀던 일이 이런 믿음에 힘을 실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지금은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가 집권하고 있으니 특권을 폐지하고 평등을 강조하는 일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평등과 사회적 구분 문제는 조금 깊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우리 헌법이 국방의 의무를 적시하고 있으므로 누구나 그 의무를 평등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 사회의 뿌리를 이루는 민주주의 체제는 권리와 의무의 평등에 바탕을 두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일체의 특권을 부정하면서 평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운 18세기 말 프랑스의 혁명가들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때는 사회적 구분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사실을 되새겨볼 일이다. 기계적인 평등이란 때때로 공공의 이익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고, 그럴 때 사회적 구분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이공계 병역특례를 유지하는 일과, 이 제도를 폐지해 병력을 늘리는 일 가운데 무엇이 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따져볼 일이다. 이공계 병역특례 제도를 축소해서 확보할 수 있는 병력은 기껏해야 매년 2천500명뿐이다. 이 정도로는 병력 규모를 유지하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게다가 병력 수가 한 나라의 군사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하는 일이니 50만 명이라는 병력 수에 집착하는 국방부의 태도는 거칠게 이야기하면 시대착오적이다.

반면 이공계 병역특례를 축소해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은 크다. 이공계 대학원 진학을 기피하는 현상은 작년 서울대 자연대와 공대 대학원 미달 사태를 낳았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일은 당연히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그나마 국내 대학원 진학을 유도한 중요한 유인이 바로 전문연구요원제도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은 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아이디어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다. 과학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군사력도 유지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공계 병역특례가 축소된다면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경쟁력 저하는 물론이요, 군사력 약화를 낳는 이공계 기피현상과 인재 유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만큼 공공의 이익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국방부가 제시한 축소안은 재고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의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지 훨씬 넓은 시야에서 검토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다.
김대륜 디지스트 기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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