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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바람직한 한일 관계의 출발점

2019-08-14

한일의 관계를 돈과 물자로
해결하려는 자세는 버려야
일본은 과오 공식사죄하고
한국은 개인의 청구권 포기
이런 내용 담은 새 조약 필요

20190814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아베정부는 한일 양국이 1965년에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합의했는데도 한국 정부가 이 협정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일본에 불리한 두 가지를 누락하고 있다. 첫째, 청구권 협상 과정에서 일본은 어떠한 잘못이나 배상 책임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일본이 제공하는 융자금과 물자는 한국 측에 가한 피해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한국의 경제 발전을 돕기 위한 자발적 지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둘째, 일본 정부 스스로도 (일본)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40년 가까이 유지해 오다가 한국인과 중국인의 소송이 본격화된 2000년대에 와서 비로소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이제 와서 말을 바꾼다고 1965년에 양국이 체결한 협정의 문구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비록 청구권 협정에는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적혀 있지만, 그동안 한국인들은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꾸준히 제기해 왔고, 일본 정부 또한 (일본인) 개인의 청구권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수십년간이나 주장해 왔음을 보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복잡한 정치적 고려 때문에 양국 간의 뿌리 깊은 ‘문제’를 얼버무리면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종이에 아무리 적어봤자, 지금 같은 갈등은 앞으로도 재현될 것이고 양국은 서로 점점 깊은 상처를 입히게 되는 불행이 반복될 것이다. 1965년 청구권 협정은 더 이상 한일 양국 간 건강한 미래의 발판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책임은 모조리 부인하면서 돈이나 물자로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식으로 한일 간의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양국 간의 화해는 돈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2015년에 박근혜정부가 몰래 추진한 이른바 ‘위안부 합의’라는 것도, 돈으로 해결하려는 저급한 발상의 반복이었다.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을 제대로 된 외교문서에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피하고, ‘공동기자회견’이라는 애매하기 짝이 없는 형식을 빌려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한다면서 돈으로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얼버무린 것인데, 이런 식의 ‘꼼수’로 양국 간의 화해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다.

‘책임’은 부인하면서 돈과 물자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강변하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위안부 관련 공동기자회견은 폐기되어야 한다. 그 대신 양국 간에 새롭게 체결되는 조약으로 일본은 식민 지배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한국은 식민 지배 기간 발생한 피해에 대한 개인의 배상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개인의 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조약으로 분명하게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었음을 동의할 경우, 그러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개인의 청구권이 법적으로 소멸된다. 물론 그렇게 청구권을 소멸당한 개인에게는 국가가 적절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일본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범적 사례는 가까이에서도 찾을 수 있다. 1972년 중국과 일본이 국교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채택한 중일 공동 코뮤니케의 전문(前文)에는 “일본 측은 일본이 과거에 중국인에게 전쟁을 통하여 가한 심각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를 깊이 자책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일본 각료나 총리가 일방적인 ‘담화’의 형태로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올린다”고 발표하고, 얼마 뒤 정부가 바뀌면 또한 일방적으로 그 내용을 뒤집는 발언이 다른 각료의 입에서 나오는 사태는 모두에게 불행하다. 양국 간에 체결되는 정식 외교 문서에 일본이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분명하게 표현한다면, 우리 국민도 적절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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