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6(월)

[영남시론]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

| 2019-08-21 08:23:35


자유한국당이 지지율 20%의 박스권에 갇힌 지 석 달이 지났다. 한국당이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뜻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30%대를 유지하게 됐다는 뜻이다. 한국당의 경향적 상승세와 문 대통령, 민주당의 경향적 하락세가 분명했던 것이 불과 석 달 전이었는데 그동안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문재인정부와 민주당 쪽에서 무슨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민생을 파탄시킨 소득주도 성장도 그대로고 안보위기를 촉발시킨 9·19군사 합의도 그대로다. 문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고 이번 조국 지명처럼 캠코더 회전문 인사는 더 심해지고 있다.

그 사이 한·일 간 통상마찰과 거기에 대응하는 문재인정부의 반일감정 부추기기가 있었는데 이것이 변수라면 변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문 정권의 기대와는 달리 문 정권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칼이 아니라 자칫 잘못 다루면 자신들도 다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한국당이 대응하기에 따라서는 이 사안을 계기로 문 정권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제 한국당 쪽을 살펴보자 한국당의 마지막 장외 투쟁은 5월25일에 있었다. 그때까지의 두 달여 동안 한국당의 지지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뭐니뭐니 해도 황교안의 정치권 진입이 컸다. 정치권 진입과 동시에 한국당 대표가 된 황교안은 여야 통틀어 차기 대권주자 1위를 기록하며 선두에 나섰다. 황교안이 한국당의 지지율을 견인했던 것이다. 황교안이 장외투쟁의 선두에 섰던 5월말까지의 상황이 그러했다.

한국당의 지지율 정체는 장외투쟁을 중단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당연한 일이다. 한국당이 기반하고 있는 자유우파 세력이 지속적으로 투쟁을 강력하게 요구했을 때 그 지상명령을 받들지 못했으니 지지층의 추가 인입이 중단된 것은 물론 지지층의 부분적 이탈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야당다움은 투쟁성으로 집약된다. 대안 없는 투쟁일변도 노선이 주는 피로감 같은 투쟁 우선주의 전략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투쟁 우선주의의 강점은 그 문제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크다.

투쟁은 우선 대중에게 쉽게 각인된다. 특히 투쟁이 가시화되면 내부 이견의 생산적 해소가 용이해진다. ‘반문연대’니 ‘보수대통합’이니 하는 탁상공론들도 자유우파의 대중투쟁 속에서 정치공학적 계산법은 날려버리고 애초의 문제의식은 다시 살려낼 수도 있다.

8월24일 광화문 집회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정치적 결절점이 될 것이다. 한국당에 8월24일 집회는 한번 중단됐던 장외투쟁을 재개함으로써 지지율 정체상황을 적극적으로 돌파할 정치적 모멘텀이 될 수 있다. 특히 황교안 대표에게 8·24 집회는 자유 우파 진영의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해 다시 황교안 중심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정치적 계기가 될 것이다.

투쟁의 절박성은 배수진에서 잘 드러난다. 퇴로를 끊고 사즉생의 각오로 진을 펼치는 것은 삶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승리할 수 있다는 강력한 확신에 충만하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표는 8·24 광화문 집회를 앞두고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강력한 투쟁을 선언했다. 장외투쟁, 원내투쟁, 정책투쟁의 3대 투쟁을 힘차게 병행하겠다고도 했다. 어느 때보다 강렬한 결기가 읽혀진다. 다만 배수진을 친 것 같은 이 강력한 결기가 지나치게 앞선 나머지 8·24 광화문 집회가 또 한번의 한국당 행사로 전락되지 않기를 바란다. 투쟁의지를 견결히 하되 투쟁의 장은 자유우파 모두에게 벌어주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당과 자유우파가 처음부터 함께하는 강력한 대중 투쟁이 되어야 투쟁의 강력함과 지속가능성이 정치적으로 담보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지적해두는 바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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