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6(월)

[영남시론] 祖國은 어디로

| 2019-09-11 08:22:16

김기억 경북본사 총괄국장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曺國(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눈 감고 귀 닫고 8년전 약속을 지킨 셈이다. 문 대통령은 2011년 대선을 앞둔 후보시절 토크 콘서트에서 이미 당시 조국 교수를 법무장관으로 낙점했다. 조 장관은 지명 직후부터 지난 9일 임명때까지 한달 내내 온 나라를 블랙홀에 빠트렸다. 국민들은 깨어있는 한 조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해명을 되풀이해서 들어야 했다. 하루의 시작도 끝도 조 장관 차지였다. 어쨌거나 조국은 장관이 됐지만, ‘祖國(조국)’은 어디로 가는 걸까.

조 장관 임명은 ‘카오스(chaos·혼돈)’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국론 분열과 진영 간 대립 심화는 피할 수 없다. 협치도 기대할 수 없다. 진영의 생존을 위해 나라 걱정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나라 걱정은 하루하루 고달픈 삶을 이어가는 민초의 몫이 된다. 내 탓은 없고 남 탓만 있다. 우리 편은 없고 내 편과 니 편만 존재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특권과 반칙이 용인되고, 공정과 정의는 갈피를 잡지 못한다. 비비고 기댈 언덕도 없다. 상식은 실종됐다. 혼돈에 빠진 祖國이 걱정이다.

조 장관 논쟁에 매몰된 한달 사이 챙겨야 될 국내외 현안들은 허공을 맴돈다. 한 사람이 장관이 되고 안되는 문제는 이들 현안에 비하면 어찌보면 사소한 일이다. 검찰 개혁을 조 장관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만 포기했으면 간단한 일이었다. 장관을 할 만한 사람은 부지기수다. 반면 간과하고 있는 현안들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최근 ‘한·일 핵무장론’을 꺼냈다. 그는 지난 6일 미시간대 연설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이 어느 순간 자체적인 핵 능력을 재고려할 수 있다”며 한·일 핵무장론을 거론했다. 북한의 협상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언급으로 해석되지만,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여의치 않음을 방증하고 있다. 이는 자칫 동북아의 핵무장 도미노로 이어질 수도 있어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발 더 나아가 한미동맹의 상징인 주한미군 감축 재검토까지 언급했다. 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만 아니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은 더 큰 걱정거리다. 단거리 미사일은 우리나라를 사정권으로 하고 있다. 안보 위기 상황이다.

일본과의 갈등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11일 개각에서 대한 강경파인 고노다로 외상을 방위상에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고노다로는 한국에 숱한 외교 결례로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한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아베의 속내가 엿보인다. 예사롭지 않은 한·미, 한·일 간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안보와 경제 문제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국민도 기업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도, 야당도 조 장관 타령에 이들 현안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다.

국내 현안들도 무겁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시행 2년만에 심각한 소득양극화를 불러왔다. 지난달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득하위 20% 가구와 상위 20% 가구 간 소득 격차가 통계작성 이래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은 인상됐지만 일자리가 줄어들어 하위 가구의 소득이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는 장사가 안돼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청년실업률도 최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청년실업률은 10%로 1999년 이래 가장 높다. 체감 실업률은 23%에 달한다. 좋은 경제지표는 찾아보기 힘들다. 희망 실종이다.

대통령은 의혹이 넘쳐나도 장관에 임명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들은 정의란 ‘미덕을 키우는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 임명은 반쪽의 선에 불과하다. 이제는 조국의 시간도, 검찰의 시간도 아닌 국민의 시간이다. 국민은 진정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원한다. 거짓과 위선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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