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6(월)

[목요시선] 다양한 가족 형태를 꿈꾸며

| 2019-09-12 08:59:51

미래 기획할 수 없는 3포세대

결혼 강요는 시대착오적 인식

오히려 저출생 극복에 걸림돌

혼인외 다양한 가족형태 인정

생활동반자법 제정 목청 높아

이승연 소우주 작은도서관장

2일 자유한국당의 정갑윤 의원이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성욱 후보자가 미혼인 점을 지적하며 “국가를 위해 출산 의무를 다하라”고 강조해 논란이 제기됐다. 정갑윤 국회의원의 어처구니없는 전근대적이고 성차별적인 발언을 접하면서 몇 가지 사건이 떠올랐다. 2015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부 직원들의 결혼 여부를 항시 점검하다가, 아예 집무실 벽에 미혼자 현황판을 걸었다는 보도였다. “가족과 결혼의 가치에 무게를 두기”를 바라는 당시 황 장관의 의지는 ‘결혼 점검표’의 등장으로 가시화됐었다. 이 현황판은 보험회사에나 걸려있을 법한 결혼 ‘실적’ 현황판이 됐고 그 당시 많은 비판 아래 내려졌다. 그리고 2016년 행정자치부에서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방자치단체 간 임신과 출산 통계를 한눈에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는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사이트에 올렸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여성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항의가 이어지자 중단되었다.

당시 출산지도를 보고 놀라웠던 것은 이 사이트에서 남성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메인 화면에 여성과 아이의 모습만을 담았고, 각종 통계자료에 핑크색을 뒤범벅해 놓았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여성에 대한 정보를, 여성을 위해 제공하고 있다는 느낌을 그 당시 지울 수가 없었다. 저출산은 애를 낳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여성의 문제라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사실 ‘출산’이란 단어는 ‘출생’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

그러나 요즈음 여성들은 수십 년간 국가로부터 ‘단일한’ 구조와 ‘무리한’ 기능을 요구 당하는 동안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게 여자의 행복’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이제 연애와 결혼, 출생은 누구나 거쳐 가는 삶의 경로가 아니다. 미래를 기획할 수 없는 시대에,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소위 3포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성역할고정관념, 임금격차, 경력중단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불안정한 때에 기존의 가부장적 틀의 ‘결혼’이란 환상은 요즈음 젊은 여성에게 억지스러운 훈계로 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소위 ‘정상가정’을 강요하는 시대착오적 인식은 더욱 결혼을 협소하게 만든다. 국가가 선호하는 가족 형태를 이룰 수 없거나, 가족 간의 통념적 관행을 벗어나는 경우에는 ‘위기 가족’ ‘비정상 가족’ ‘탈선 가족’으로 불리고 이런 가족 위기 담론은 곧 국가의 위기를 불러오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국가 위기의 책임은 고스란히 ‘그런 가족’을 만들지 못한 개인에게 간편하게 돌아간다. 저출생이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의 맥락임에도 현실에 맞지 않게 소위 ‘정상가족’을 강화하는 사회는 오히려 저출생을 극복하겠다는 국가 정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인구주택 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가구 중에서 1인가구는 28.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2020년이면 30%가 된다고 한다. 한부모 가족의 비율이 10.9%, 다문화 가족 비율이 1.6%다. 이성애 중심의 한국인 남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 형태는 이제 ‘다수’가 아니다. 국가가 ‘승인’하지 않았을 뿐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이미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많은 기준과 사회적 복지는 결혼제도에 편입된 가족에게 맞춰져 있다.

혼인 이외에도 수많은 방법으로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 달라는 ‘생활동반자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기존의 가족형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 가족을 매개로 정당해왔던 개인, 사회, 국가의 관계성 자체를 재구축해 보자는 것이다. 이번 추석에는 여성과 남성에게 기대하는 성역할 잣대를 내려놓고, 비혼이든 기혼이든 동거든 사실혼이든 내가 나로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가족의 만남이길 바란다.

이승연 소우주 작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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