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일)

[밥상과 책상사이] 미래의 길 찾기와 독서

| 2019-10-07 07:56:48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주먹을 불끈 쥐고 깃발을 흔들며 증오와 분노의 함성을 내지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불안하다. 우리는 왜 생산적인 토론과 상호 양보, 합의에 의한 결론 도출 따위는 할 수 없고, 매사에 저렇게 흥분하고 성급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도 사회 현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자신이 살아갈 미래를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기다림에 대한 지구력이 약하다. 빠르고도 분명한 입장 표명, 즉흥적이고 단선적인 사고방식, 선정적 충동성은 사회 모든 분야의 질적인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단기간에 민주화와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압축적 경제성장이 그러하듯 압축적인 민주화도 적지 않은 문제를 남겼다. 대의 민주주의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 오늘, 우리에게는 모든 일에서 형식과 절차를 중시하면서 좀 더 냉정해지는 훈련, 조금 시차를 두고 뜸을 들인 후에 발언하는 훈련, 상대의 이야기가 내 생각과 다르다고 바로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끝까지 경청한 후 좋은 점은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는 ‘차이가 가치’를 의미하는 시대, 다양한 개성과 관점, 창의성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2016년 다보스포럼은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 능력 중 하나로 ‘협업’을 꼽았다. 우리는 한시바삐 ‘소통, 상생, 협업’ 같은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제도와 교과과정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앞으로는 창의력, 상상력, 협동심, 사회성, 인문적 교양, 배려, 감성, 직관력, 통찰력, 공감, 연민 등의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직업에 종사할 것이고,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새삼 주목해야 할 점은 앞서 언급한 자질들 대부분이 아날로그 시대의 전인교육이 강조하던 덕목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교육으로 문화적, 문학적, 예술적 기본 소양을 갖춘 사람들이 보다 풍요롭고 가치 있는 삶을 향유할 것이다.

책이 주는 감동은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한 개인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책을 읽으면 행복하고, 가슴이 벅차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꿈을 꿀 수 있다. 책은 각박한 현실에서 도피처와 안식처를 제공해 준다. 책을 읽는 사람은 그곳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받고 더 강해져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간다. 지금은 이론과 논리뿐만 아니라, 남다른 감성과 감각을 가진 조직과 개인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 감성시장의 시대다. 동서고금의 문학작품은 인생 항로 곳곳에 서 있는 감성의 등대다.

미래의 인류는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인간’과 ‘과학기술이 낳은 성과물과 빅데이터에 좌우되고 조정되는 인간’으로 나누어질 것이다. 인간이라는 생물학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과학기술의 발달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책 읽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면서 미래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하며,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방법을 꾸준히 탐색해야 한다.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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