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일)

[동대구로에서] 어느 작가의 작업실에서

| 2019-10-09 08:07:03

부와 명예를 얻은 작가라도

자유로운 삶이 구속된다면

차라리 돼지처럼 살겠다며

대학 교수직도 뿌리친 작가

지금처럼 자유롭게 살고파


‘군자불수소인지모(君子不受小人之侮) 호표기수견양기(虎豹豈受犬羊欺)’라는 글귀가 있다. ‘군자는 소인의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니, 범과 표범이 어찌 개나 양에게 속임을 당하겠는가’라는 의미다.

이 글귀를 화제로 애용하는 서화가 친구가 있다. 호랑이를 소재로 하는 작품의 글귀로 자주 등장하는데, 그가 좋아하는 글귀인 것 같다.

최근 그의 작업실에 지인 두 사람과 같이 들렀다. 차를 한 잔 하기 전에 작업실을 둘러보다 소품 몇 장이 탁자 위에 있는 것이 보이기에 작품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선뜻 한 장 가져가라고 말했다. 고맙다고 말하고 차실에 앉아 그가 우려주는 보이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같이 간 지인이 중국의 유명 서화가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지인이 알고 있다는 그 작가에 대해 뉴욕 타임스퀘어 옥외 전광판을 통해 홍보도 하는, 중국이 띄우는 작가라고 이야기하면서 그의 작품이나 전시회 등 모든 것은 국가에서 관리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작은 작품 하나라도 구하려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자기 작품 하나도 마음대로 못한다면 아무리 대우가 좋은들 뭐하냐며, 자신은 그런 삶은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게 구속되는 자리는 거절하겠다며 다음과 같은 장자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초(楚)나라 위왕(威王)이 장자의 현명함을 듣고 사신으로 대부 두 사람을 보내 후한 예물을 선물하며 그를 재상으로 삼으려는 뜻을 전했다. 장자는 웃으며 말했다.

“천금이면 거액이오. 재상이면 높은 자리입니다. 하지만 그대는 제사에 제물로 바치는 소를 보지 못했소. 몇 년씩 기른 후 화려한 옷을 입혀 태묘에 바치지요. 그때서야 새끼 돼지를 부러워한들 소용없는 일이지요. 그만 돌아가 더 이상 나를 욕되게 하지 마시오. 나는 돼지처럼 더럽고 탁한 도랑에서 맘껏 놀며 즐거움을 맛볼지언정 군왕의 구속을 받고 싶지 않소."

‘장자’ 추수편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장자 친구인 혜자가 양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일이다. 어떤 사람이 혜자에게 장자가 재상에 되고 싶어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혜자는 두려워하며 사흘 밤낮 동안 장자를 찾게 했다. 장자가 이를 알고 혜자를 직접 찾아가 말했다.

“남방에 원추라는 새가 있는데 그대도 아는가. 원추는 대개 남해에서 북해로 날아간다네. 오동나무가 아니면 머물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으며, 예천(醴泉)의 감로수가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네. 그런데 썩은 쥐를 얻은 솔개가 지나가는 원추를 보고는 올려다보며 ‘꽥’하고 소리를 질렀다네. 지금 그대는 양나라의 벼슬 자리 때문에 ‘꽥’하고 소리를 지르며 성을 내고 있는 것인가.”

친구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동안 지역의 몇 군데 대학교에서 교수로 와줄 것을 제의받았지만 구속되는 것이 싫어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면서, 자유롭게 사는 지금이 좋다고 말했다.

어느 벼슬아치가 그림을 요청하다가 들어주지 않자 눈을 뽑아버리겠다며 협박하자, 꺼지라고 호통치면서 스스로 자신의 눈 하나를 찔러 애꾸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최북(1720~?)의 일화는 작가의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는 대표적 일화다. 창작을 하는 작가 중에는 이런 인물이 다른 부류보다는 많음을 확인하곤 한다.

사람의 기질은 다양하고 가치관이나 환경도 다르니 그 언행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떤 언행이, 어떤 삶이 옳고 그르다고는 함부로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자유로운 삶이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권력이나 부, 명예에 맛을 들이면 자유로움을 점점 잃게 되고 구차하게 되는 것 같다.

김봉규 문화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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