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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시론] 안스트라다무스와 대통령 취임사

2019-10-09
[영남시론] 안스트라다무스와 대통령 취임사
김기억 경북본사 총괄국장

예언과 궤변은 종이 한장 차이다. 예언은 사후약방문 격 성격이 짙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예언가 중의 한 사람이다. 1666년 런던 대화재, 히틀러 출현, 뉴욕 9·11테러를 예언했다고 한다. 1999년 7월 지구종말까지 예언했지만 이는 틀렸다. 맞춘 예언 상당 수도 그의 예언서 ‘백시선’에서 사후에 짜맞췄다. 백시선은 프랑스어, 라틴어, 그리스어, 이탈리어 등이 뒤섞인 4행시로 어렵게 쓰여졌다. 그만큼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구 종말론 예언은 틀린 것이 아니라 해석을 잘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궤변이다.

한 나라에 두 국민이 사는 듯한 요즘, 세간에 ‘안스트라다무스’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안스트라다무스는 지금의 국내 상황을 족집게처럼 예언한 안철수 전 의원을 빚댄 말이다. 안 전 의원은 2017년 5월 국민의당 대선후보 시절 인천지역 유세에서 “문재인 후보를 뽑으면 이런 세상이 될 것”이라며 세가지 예언을 한다.

첫째 국민들이 반으로 나뉘어 분열되고 사생결단을 내는 등 5년 내내 싸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허투루 들렸다.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으니 설마 했다. 그런데 안스트라다무스의 말이 맞았다. 조국 사퇴와 지지를 두고 국민이 둘로 갈라졌다. 양 진영 국민들이 연일 광장을 채우고 있다. 전 국민이 광장으로 몰려갈 기세다. 국민은 화병이 날 지경인데 이 상황을 자초한 대통령의 인식은 너무 안이하고 편향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회의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 의견이 나뉘는 일은 있을 수 있는 일로, 국론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 개혁이 절실하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얼마나 더 많은 국민들이 광화문과 서초동을 채워야 국론 분열로 인식하겠다는 건지, 조국 사퇴를 외치는 광화문 집회 국민의 목소리는 진짜 들리지 않는 건지 그저 답답하다. 취임사에서 밝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은 온데간데없다.

안 전 의원은 이어 “계파 세력은 끼리끼리 나눠 먹는다. 정말 유능한 사람은 뒷전이고 줄 잘 서고 말 잘 듣는 사람이 출세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 저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고 약속했다. 이 역시 안 전 의원이 맞혔다. 탕평인사는 뒷전이 됐고, 내편 사람만 등용했다. 이 결과 검찰 개혁은 오직 조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됐다. 정말 이 나라에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유일할까. 취임사에서 약속한 것처럼 인재 영입 대상을 반대쪽까지 확대했다면 적임자를 찾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을 터이다. 특권과 반칙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상식이 외면받고 있다. 이쯤되면 안스트라다무스의 예지력이 노스트라다무스보다 한수 위다.

안 전 의원은 세번째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개념 없는 사람이 옛날 사고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뒤처지는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궤변에 그치기를 바라는 예언이지만, 이마저도 실현될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 수출은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연일 낮춰지고 있다. 족보없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세계 최고 기술의 원전산업은 탈원전 정책에 빛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다 정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서 살까 두렵기까지 하다.

이쯤에서 광장의 정치는 멈춰야 한다. 내전에 가까운 국론 분열을 더 이상 방치해서도 안된다. 지금 상황을 만든데는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결자해지도 대통령의 몫이다. 지혜를 모아달라가 아니라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안스트라다무스의 모든 예언을 궤변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가 된다.김기억 경북본사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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