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교통민원 2만여건…5년간 4배
지역 주차장 확보율 88.7% 그쳐
서울129%·울산116%와 큰 격차
의회도 주차시설 확충방안 촉구
市, 스마트시스템 도입 등 개선나서
28일 오전 대명 10동. 인도 위에 걸쳐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다. |
30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10동 아파트 진입로. 인도 위에 반쯤 걸친 ‘개구리 주차’를 한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출근하는 직장인들, 등교하는 학생들 모두 차를 피해 좁은 공간을 비집고 지나 다니고 있었다. 인근 주택에 사는 김모씨(45)는 “몇달 전부터 이렇게 주차한 차량 사진을 찍어 신고 해왔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다”면서 “단속을 하면 잠시뿐이고 다시 이렇게 주차를 해 놓는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쯤 대구 남구 봉덕동 식당가. 점심을 먹기 위해 모여든 손님들이 인도 위로 차를 세웠다. 주차장이 없다는 핑계로 식당 앞 인도에 버젓이 차를 세우는 통에 거리는 어느새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도심 불법 주정차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늘어나는 차량에 비해 부족한 주차장 확보율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들어 대구지역 도로·교통 분야 민원은 지난 28일 기준 총 2만1천여건에 이른다. 2014년 5천176건이었던 점을 고려해 보면, 5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고는 급증하고 있지만, 불법주정차 단속은 부족한 인력으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불법주정차 단속 건수는 2017년 62만3천161건에서 지난해 69만706건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실제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64만6천426건이다. 대구시와 8개 구·군 소속 118명의 단속요원이 하루 평균 1천800여건을 단속한 셈이다.
차량 대수 대비 부족한 주차장 확보율이 불법주정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부족한 주차장 확보율이 시의회 시정질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5일, 대구시의회 제27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홍인표 시의원은 주차장 확보를 위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대구시에 촉구했다.
홍 의원이 시 교통정책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 지역 주차장 확보율은 지난해 말 기준 88.7%로 7대 특별·광역시 가운데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129.2%, 울산 115.8% 등 상위 시·도와 큰 격차를 보였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주차장 관리는 물론 실태 조사도 미흡하다"면서 “정확한 수요를 파악하려면, 사전에 면밀히 조사를 진행한 뒤 주차장 확충에 나서야 한다. 또 주차 공간 정보를 실시간으로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대구시는 도심지 주차장 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 제도를 개선한다.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면서,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오피스텔 등 소규모 주택의 주차장 설치기준을 바꾼다. 대구시는 올해 안에 현행 30㎡ 이하 다가구주택 세대당 주차장을 ‘0.5대’에서 ‘1대’로 강화한다고 밝혔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조례를 개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11월에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정부 시범 사업인 ‘스마트 주차 시스템’(대구시나 시설공단 등에서 운영하는 주차장에 공간이 생기면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 알려주는 시스템) 도입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정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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