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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정치, 장기투자를 고민하자

2019-11-18
[하프타임] 정치, 장기투자를 고민하자

정치시즌이 돌아왔나 보다.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말도 안되는 소리를 되는 것처럼 하는 이들이 생기고, 그걸 퍼나르는 이들도 늘어나는 걸보니 말이다.

“영남권·3선 이상 중진은 불출마나 험지 출마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재선의원 주장에 같은 당 홍준표 전 대표는 “현재 자유한국당에 험지 아닌 곳이 어디 있느냐. 니가 가라 하와이로”라고 응수했다. 대구경북(TK) 중진의원 험지 차출론은 늘 있었지만, ‘TK도 험지’라는 말은 처음인 것 같다.

이름이 무엇으로 바뀌었던 간에 지금의 자유한국당에 TK가 험지였던 적은 없다. 본인의 당락을 기준으로 보면 그것이 잠시 험지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정치적 성향으로 보면 단 한번도 그들을 험지에서 건져 올린 TK유권자는 없었다. 2주가량의 선거운동 기간 중 하루이틀 정도 아스팔트에 무릎 한번 닿고, 팔 조금 아프게 팻말 들면 또다시 선택해줬다. TK유권자에게 이 정당은 ‘연인’이 아닌 ‘자식’ 같은 존재였고, 그 부모는 늘 속으면서도 그렇게 또 믿어줬고, 그렇게 지금의 다선의원들도 생겨났다.

중진의원 험지 차출론이 나오면 당사자들은 ‘다선 큰인물의 역할론’으로 맞선다. 다선 험지 출마는 3선 이상이라고 해도 수도권 초선보다 못하다는 의미로 쓰이는 ‘물3선’ 이상에게 스스로 험지로 가서 경쟁력을 확인시키고 살아오란 요구다. 품속 자식을 좀 더 넓은 물에 보내서 체급을 키우자는 뜻이지, 나가서 죽어버리란 말이 아니다.

이럴 때마다 당사자들은 총선 때마다 물갈이를 너무 많이해 큰 인물이 없고, 그래서 대구 발전에 도움이 안됐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대구의 경제상황을 정치와 연결하면 ‘다선=큰인물’이 성립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동안은 그랬다. 대구지역 최다선은 4선이고, 대구지역 1인당 지역내 총생산(GRDP)은 26년째 전국꼴찌다. 적어도 이들이 지역구민의 선택을 받아 4선의 큰 인물(?)이 되는 동안 대구의 GRDP는 계속 꼴찌였다. 앞서 10년가량은 빼더라도 지난해까지, 적어도 꼴찌탈출을 못한 것에는 그들의 책임이 크다. 현 정부의 경제 폭망을 비난하기 앞서, 지역 다선의원들은 늪에 빠진 지역경제를 건져내지 못한 것부터 책임져야 한다.

이쯤되면 큰 인물이 없어 대구가 힘든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면 내년 4월 총선에서는 큰 인물이 될지도 모르는, 된다고 해도 지역 발전에 별다른 역할을 못한 다선 의원을 만들기보다 정치신인에 기대를 걸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지금까지처럼 한 것도, 안 한 것도 아닌 물갈이가 아니라 아예 물담는 그릇을 바꾸는 수준으로 말이다. 어차피 힘든 상황에서 더 힘들어진다 하더라도 4년은 포기하더라도 8년 뒤는 기대할 수 있고, 12년 뒤에는 성과를 볼 수 있도록 새싹을 키워보자는 것이다. 힘든 건 같겠지만, 기대라는 것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끝으로 다선의원들은 험지 차출론에 맞서 “그동안 지지해준 지역구를 배신할 수 없다”는 말을 한다. 국회의원은 대한민국에 주소만 두고 있으면 지역구에 상관없이 출마할 수 있다. 그건 그 지역만 챙기지말고, 나라 전체를 보면서 그 지역을 균형있게 발전하는 힘을 보태란 의미다. 배신하라는 말이 아니라 한 지역구를 더 챙기란 말이다. 다선의 큰 인물이니까.

노인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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