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8(일)

[대학혁신의 길 Ⅳ-미국을 가다 .3] 올린공대 - (하) 마크 소머빌 프로보스트 인터뷰

| 2019-12-03 07:43:27

“세부전공보다 포괄적 지식 가르쳐…졸업 후 적응능력 뛰어나”

마크 소머빌 올린공대 임시 부총장이 칠판에 적은 올린공대의 공학교육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마크 소머빌 박사가 전 일리노이대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골드버그와 함께 현재의 공학교육 체계의 문제점을 진단한 책인 ‘A Whole New Engineer’.

올린공대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다양한 공구와 기계를 다루는 법을 익힌다. 선배가 후배들에게 기계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올린공대 음악동아리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교정에서 클래식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올린공대에서 현재 교무처장 및 임시(Interim) 프로보스트(Provost-대학 교내업무 총괄직책으로 통상 총장에 이은 2인자로 인식된다)를 맡고 있는 마크 소머빌 박사는 전기공학과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마크 소머빌 박사는 MIT에서 전기공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물리학 학사를 받았다. 또 미국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 대학에서 전기공학 학사(최고 성적)와 리버럴 아츠 학사를 취득했다. 이공계(전기공학)와 문과(리버럴 아츠) 학위를 가진 이중(융합) 전공자이자, 옥스퍼드대 로즈 장학생인 마크 소머빌 박사는 공학교육 혁신에 적극적이다. 마크 소머빌 박사는 전 일리노이대 명예교수이자 공학 교육의 변혁을 위한 운동으로 설립된 비영리 단체인 Big Beacon의 사장인 데이비드 골드버그와 함께 현재의 공학교육 체계 문제점을 진단한 ‘A Whole New Engineer’를 집필하기도 했다. 마크 소머빌 박사는 내년 6월8~12일 올린공대에서 전세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공학교육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논의하는 ‘Olin Collaboratory Summer Institute’를 준비 중이다. 올린공대 개교에 초기부터 깊숙히 관여한 마크 소머빌 박사에게 공학교육 혁신체계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학도 사고방식 키우기 집중
내용 전달보다 과정 중심 교육
여러 주제 함께 토론하며 수업
능동적 배움 익혀 실전에 강해
스승은 지식 전달자 아닌 감독”

▶프로보스트(Provost)께서는 학교 건립과정에 초기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 설립 당시 마음에 둔 가치들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린다.

“학생들이 수동적 역할이 아닌 자기 교육과정 창조에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학교를 디자인했다. 나는 교육 혁신에 있어서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가에 항상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신들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수동적인 것에서 능동적인 것으로 바꾸어 간다. 학생으로서의 역할을 재구성한다는 점이 바로 올린공대 혁신의 특징이다.”

▶지난 1년간 세계 여러 나라의 대학들을 취재하면서, 지금까지 봐온 대학 가운데는 올린공대의 교육 시스템이 가장 혁신적이고 이상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듯 혁신적인 교육을 하려면 올린공대의 교수들 역시 여타 대학과는 다른 마음가짐과 능력이 요구될 것 같다. 올린공대에서 채용하고자 하는 교수상은 무엇인가.

“어느 교수 후보가 자신이 특정 분야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고 가장 전문적인 지식을 가졌다고 자부한다면, 그 사람의 가치는 학생에게 그저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말해주는 데 있을 것이다. 올린공대에서 찾는 건 그런 교수가 아니다. 우리가 찾는 교수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습득하는 것을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 분들이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주는 교수보다는 학생들의 배움을 지원해주고, 동료 및 학생들과 경쟁하기보다는 협동하는 것이 올린공대에서 추구하는 교수상이다.”

▶학교 투어과정에서 듣기로는 어떤 수업은 강의실에 다섯 분의 교수가 들어와 가르친다고 들었다.

“보트 만드는 수업을 예로 든 거 같다. 올린에서는 교수 한 명이 칠판 앞에 서서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기만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교수인 제가 책상에 앉아 있든, 칠판 앞에 있든 항상 두세명의 학생들이 제게 질문을 하도록 하고, 학생들이 직접 칠판에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수업을 이끌어 간다. 총장님이 즐겨하는 말씀이, ‘엔지니어링은 연주자와 같아서 실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연습뿐’이라고 한다. 음악을 어떻게 연주하는지 설명하는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는 실제로 연주 실력이 늘 수 없듯이…. 우리가 학생들 교육에 접근하는 자세가 바로 그것이다. 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에게 시키고 내버려 두면 알아서 배운다는 것이 아니다. 해보고, 한걸음 물러서서 자신이 한 것에 대해 자기성찰을 하며 깨우쳐가는 것을 학교가 돕는다. 학생들이 이것저것 구상하고 만들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들고 나서 이게 어떻게 될 것인지,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인지, 우리가 배운 중요한 개념들이 무엇인지 등을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을 강조한다.”

▶일반적인 대학에서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하면 교수들이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야 하고, 4년이라는 기간 안에 많은 것을 가르치려다 보니 대부분의 대학이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수업 방식으로 4년 안에 모든 과정을 충분히 마치는데 어려움은 없나.

“그 질문에는 ‘과연 4년제 교육과정 끝의 결과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로 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공학분야에서는 ‘학위를 가진 공학자를 완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교육은 얼마만큼인가’라는 질문을 교수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6년, 심지어는 7년이란 대답이 나온다. 모든 공학도가 알아야 할 지식량에 사실상 제한이 없다는 관념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학생들이 매년 배우는 지식을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 다만 그 시간 동안 학생들이 기억 속에 되새기게 되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이다. 정보를 처리하고, 그 정보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상황에 맞게 처리과정을 수정하는 방법을 몸에 익힌다. 커리큘럼 면에서 따지자면, 올린공대의 교육과정을 MIT의 것과 비교하면 MIT가 더 많은 ‘것’들을 가르친다. 기술적 이론 내용들이 더 많다. 반면 올린공대는 ‘과정’들을 더 많이 배운다. 관련 정보들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에 더 중점을 두고 배운다. 예를 들어 올린공대 학생들이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처음 반응들은 ‘제가 올린에서 전기공학 한 과목을 수강할 동안 MIT 학생들은 세 과목씩 들었던데요? 그 애들이 아는 게 훨씬 더 많아요.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저희들한테 대체 왜 그러셨죠?’라고 울상을 짓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걱정은 기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올린공대 학생들은 다방면에 걸친 과정들을 학습했기 때문에 실전에 더 강하기 때문이다. 능동적으로 배우는 것을 몸에 익힌 학생들이기 때문에, 실전에서 부딪혀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것저것 팩트만 가르치는 것보다는 공학도로서의 사고방식을 길러준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그림으로 설명하자면 삼각형의 세 꼭짓점을 ‘공학자로서의 사고방식’ ‘과정의 기술’, 그리고 ‘지식-사실, 기술 이론’을 설정해 보자. 올린은 이 가운데에서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 어떠한 ‘사람’으로 거듭날 것인지, 어떤 기술들을 가지고 팀 협력을 잘 해내게 될지, 어떤 지식들을 가지게 될지 등에 골고루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균형을 맞추려면 타협도 조금씩 필요하다. 세 가지 요소에 밸런스를 맞추려면 지식의 주입에만 몰두할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학생들이 모든 것을 다 배울 수는 없듯이 말이다.”

▶일반적인 대학의 공대 수업 풍경과 올린공대의 수업 풍경의 차이점을 설명해 줄 수 있는가.

“수업 풍경에 대한 스테레오타입(보편적인)과 비교해달라는 질문인 듯 한데, 교수가 줄지어 앉은 학생들 앞에서 수업하고 지식이 교수에게서 학생으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일대 다수의 방식은 일반적인 대학 수업의 모습이다. 올린공대는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작은 점조직이 교실 여러 군데에 분포해 있고 그 사이를 교수 여러 명이 이동하며 지식을 교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식의 전달 방향이 동시다발적으로 산재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주제들이 동시에 토론되어 지적 교류의 양과 다양성이 10배는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수업에서라면 그 한명의 교수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어느 시점에서든 교실 내에서 거론되는 주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 교수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매달린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모든 학생들이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줄의 몇 명은 몰입해 있을 수 있겠지만 뒤쪽의 대부분은 졸고 있을 거다. 인터넷에 어느 지식이든 존재하고(ubiquitous), 그것을 찾아볼 수 있는 세상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가장 큰 가치는 그 지식을 소화하는 효율을 높여주는 것이다. 올린에서 스승이란 단순히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감독(coach)을 자처한다. 훌륭한 지식의 전달매체는 이미 세상에 많이 존재하고 있고, 그러한 지식의 전달에 꼭 사람이 쓰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올린의 전공분야는 세 가지(기계공학, 전기 및 컴퓨터 공학, 일반공학)이고, 나머지는 융합교육을 하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학문발전이 학문분야 간의 경계를 허물었을 때에 가능하다는 철학에서 비롯된 것인가.

“이 세 전공분야만 봐도, 사실 겹치는 부분이 아주 많다. 교수들끼리도 자주 토론하는 주제가, 사실 올린에서 전공분야는 지금 이 셋도 필요 없이 ‘공학’ 하나만 있어도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특히 학사 수준의 공학에서는 벌써부터 전문 분야에 집중하기보다는 포괄적인 하나의 전공만 있어도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범용적인 공학 지식은 나중에 다양한 분야의 공학에 접했을 때 지식의 활용이 더 용이하다. 오늘날의 직업은 한 분야만의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분야의 지식의 심도를 키우고 싶다면 대학원에 진학해서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한다기보다는, 공학도 그 자체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올린 졸업생들에 대해 자주 듣고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평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부서 상관없이 다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지식의 폭이 넓다 보니 다분야의 지식의 통합에 뛰어나다는 것이다. 문제해결 측면에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시각 또한 갖추고 있다.”

글·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미국대학교협회(AAU)
미국 4년제 대학교 중 상위권 2%만 회원…모든 연구 박사 학위의 42% 휩쓸어


AAU는 미국의 상위권 연구중심대학이 모여서 결성한 대학협회다. 18~19세기 말까지 당시 미국 고등교육기관들은 유럽의 주요 대학들로부터 거의 인정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고, 미국 학생들은 대학원 공부를 위해 특히 독일로 유학을 많이 떠나는 실정이었다.

이에 시카고대, 컬럼비아대, 하버드대, 존스홉킨스대, 캘리포니아대는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느끼고 1900년2월 9개 대학 관계자들을 초청해 회의를 열었다. 이 때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미국의 고등교육기관 가운데 모인 이들 14개 대학은 시카고대학에서 이틀간의 콘퍼런스를 통해 미국대학교협회(AAU : the Association of American Universities)를 설립했다. 시카고에서 열린 회의에서 14개 대학 관계자들은 주로 미국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대학 표준화(지표화) 작업을 시작했다. AAU설립자들은 멤버를 늘리기보다는 1914년 AAU가 유럽 대학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미국대학 지표를 개발하는 등 미국대학의 수준을 높여 유럽대학으로부터 인정받는데 활동의 주안점을 뒀다.

AAU가 설립되자마자 독일 대학은 AAU 회원대학을 대학원 입학의 평가지표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AAU대학의 학력을 높게 본 것이다.

미국정부 또한 1930년대 후반부터 정책 및 과학적 전문 지식을 얻기 위해 대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AAU 회원대학 중심으로 관계를 발전시켜나갔다. 2차 대전을 통해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깨달은 미국은 전쟁 후 연구 자금을 대폭 확대하기 시작했고, 1950년에 의회는 NSF(국립과학재단)를 만들었는데 AAU 회원 대학이 많은 혜택을 받게됐다.

AAU 회원 대학은 미국내 4년제 대학교 중 2%에 불과하지만 모든 연구 박사 학위의 42%를 수여하고 있다. AAU 대학들은 2017년에만 5천개의 특허를 생산하며 669개의 스타트업 창업을 육성했다. 40개의 AAU 대학이 벤처캐피털 지원 기업가를 배출하는 데 있어 상위 50위 안에 들었고, 2017년에는 490개의 신생 기업이 이들 대학이 있는 도시에서 탄생했다.

AAU 회원기준은 매우 엄격하고 까다롭다. 기존 회원대학의 4분의 3이 찬성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협회는 회원 순위를 매기고, 회원의 3분의 2가 찬성하면 순위가 낮은 대학을 퇴출시킬 수 있다. 회원 수는 엄격하게 관리돼 현재 미국 63개 대학과 캐나다 2개 대학 등 모두 65개 대학이 회원으로 있다. AAU에 가입한 대학은 미국 내에서 최상위급 연구중심대학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까다로운 규정 탓에 몇몇 명문대는 가입하지 않거나 스스로 탈퇴하기도 한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건강

교육

가장 많이 본 뉴스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