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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동대구로에서] 재미토피아의 침공

2019-12-11

마술램프와도 같은 유튜브
천문학적 전자영토를 확장
이상하게 놀면 돈이 생기고
자신의 취향 등 모두 알려줘
무위도식 폰족 잉태할 조짐

[동대구로에서] 재미토피아의 침공
이춘호 주말섹션부 전문기자

노루 꽁지보다 더 짧게 남은 2019년. 변화무쌍한 세월이다. 권력은 흥하고 정치는 망하는 국면이다. 우리 정치는 이제 진영도 없다. 내편이냐 네편이냐 밖에 없다.

복지예산은 복부비만에 걸렸다. 하지만 소시민의 일상은 종잇장보다 얇아졌다. 평생직장은 없다. 이런저런 일만 비정규직으로 부침한다. 언젠가는 전국민이 비정규직으로 추락할 것 같다. 나라는 부유한 것 같은데 국민은 갈수록 홀쭉하다. 그러니 다들 ‘공무원 불패’를 외치는 모양이다. 아무튼 강력한 상속세와 증여세 등으로 인해 부의 대물림도 성장동력을 많이 잃어버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이 센 자는 누굴까? 대통령도 아닌 것 같다. 부자? 최상위포식자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기계와 동물 아닐까.

기계는 SNS의 총아로 불리는 ‘스마트폰’, 동물은 당연히 1천500만마리를 넘어선 ‘반려견’. 스마트폰은 우주보다 더 깊고 더 넓다. 그 중 유튜브는 끝판왕 ‘재미토피아’로 군림했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액정화면에 몰입해 있다. 참선이 아니라 ‘폰선’ 같다.

이제 해는 유튜브에서 떠서 유튜브로 진다. 지상의 모든 노래를 다 품고 있는 유튜브. 별별 스토리가 가득하다. 알라딘의 마술램프와 다를 바가 없다.

이제 아이들은 부모한테 쫓겨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폰이 있기 때문이다. 재밌고 특이하고 괴상하고 이상하게 놀면 돈이 생기는 세상이다. 노는 게 돈이 된 세상. 놀이와 노동의 구분도 사라졌다. 성인이 되어야 돈을 벌 수 있는 세상도 아니다. 아이도 부자가 된다.

최근 6세 유튜버 ‘보람튜브’가 강남의 한 건물을 95억원에 매입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어린이로 불리는 ‘키드 플루언스(Kid fluence)’. 이들이 아이들의 직업관도 바꿔버린다. 지난 7월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레고(Lego)와 함께 미국·영국·중국의 8∼12세 어린이 3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과 영국 어린이 약 30%가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폰족은 물건값의 정체도 정확히 안다. 저가앱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가성비 좋은 물건을 구입한다. 제조업 불패를 외치던 굴지의 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세계 최고 부호도 유통의 대명사인 아마존 회장 베이 조스가 아닌가.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8년 한국 부자 50위 중 7명이 게임업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 지주회사 NXC의 김정주 대표는 71억달러(한화 7조6천억원)로 5위를 기록했다. 이마트도 경영악화에 기겁해 이마트 대표이사로 외부 컨설턴트 전문가인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 소비재 영업부문 파트너를 영입했다.

이제 국경은 지리학적 경계를 넘어섰다. 오프라인 국경은 온라인으로 옮겨온 뒤 무력해지고 있다. ‘구독족’과 ‘좋아요족’이 영토 다툼을 한다. 구글이 깔아준 천문학적 전자영토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개미들은 거기를 들락거리며 자신의 취향·욕망·성향까지 모두 알려준다. 구글은 그걸 갖고 22·23세기 경영전략을 수립한다. 첨단의학정보망 때문에 인간의 삶과 죽음도 하나의 데이터에 불과하다. MRI·CT가 신 저승사자다.

구글 빅데이터. 이 놈은 조물주로 진화해버렸다. 실시간 폰 주인의 욕망에 딱 맞는 내용을 배달해준다. 내용은 제각각. 다들 신기해 한다. ‘어떻게 알았지…’. 구글은 조지 오웰이 경계한 ‘빅 브라더(Big brother)’가 되어버렸다. 뇌도 손가락으로 이전할 것 같다. 그리고 볼 일만 있고 할 일이 사라진다. 일에서 멀어지고 놀이(게임)에 갇힌 ‘무노동 폰족의 배째라 무위도식’이 신문화로 등장할 조짐이다. 유튜브가 잉태한 좀비의 탄생일 것이다. 이춘호 주말섹션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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