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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조언보다는 공감을

2019-04-22

“공감하기 위한 대화에선 충고·조언해선 안된다”
상대방의 말 가로막아 다툼 생길수도
잘못 판단말고 먼저 귀 기울여 들어야
적절한 맞장구·관심 어린 질문 필요
상대의 숨은 마음 알고 기분 이해해야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조언보다는 공감을

출근길. 오늘은 어떤 일과 맞닥뜨릴지 기대 반, 걱정 반인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엽니다.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일찍 왔구나.”

일찍 온 아이 몇 명이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그중 한 아이가 가방도 내려두지 않은 선생님께 달려 나와 말합니다.

“선생님,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아이는 선생님의 의사는 확인하지 않고 일단 하고 싶은 말을 술술 쏟아냅니다.

“선생님, 오늘 아침에 엄청 빨리 왔어요. 왜 그런 줄 아세요?”

“글쎄? 어젯밤에 일찍 자서 아침에 일찍 일어났나?”

“아니에요! 신발이 좋아서 그래요.”

“오라! 새 신발을 샀구나. 그래서 막 날아다닐 것처럼 달려왔니?”

“맞아요. 새 신발을 신으니까 몸이 가벼워서 막 빨리 달릴 수 있어요.”

“정말? 새 신발을 사서 좋겠네….”

선생님이 맞장구를 쳐주니 아이의 말은 끝나지 않습니다. 어찌나 신나게 말을 하는지 그만 하라고 막고 싶지만 차마 선생님은 그러지 못해 아이의 말을 계속 들어줍니다. 아이는 선생님이 자기 말을 잘 들어주어서 그런지 아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아마 오늘 하루는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이와 선생님의 대화에서 선생님은 아이에게 충고나 조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이의 말에 공감하며 관심을 보여준 것뿐입니다. 만약 선생님이 아이가 한 말에 충고하거나 조언을 하고, 아이의 행동을 평가하여 잘잘못을 따져 판단했다면 아이는 즐겁게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했을 겁니다. 공감은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해주는 것입니다. 중국의 철학자 장자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진정한 공감이란 마음을 비우고 혼신의 힘을 다해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힘들면 ‘혼신의 힘’을 다하라고 했을까요? 남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려면 어느 정도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화를 할 때에 상대를 존중하는 척하면서도 그 사람에게 충고나 조언을 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그건 이렇게 해야 해” “그렇게 하면 안 되지”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뭐 겨우 그런 걸 가지고 호들갑이야”. 이런 말들은 공감이 필요한 사람에게 좌절감을 주기 십상입니다. 그저 누군가가 내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면 좋겠는데 그 사람은 자꾸만 내 말을 평가하고 자기 방식대로 판단을 내려 충고하려 해요. 이런 상황이라면 대화가 잘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서로가 대화 상대의 말을 가로막고 그 사람의 말을 평가하여 판단하고 충고하려 한다면 결국 두 사람은 다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상대방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섣부르게 해결사 노릇을 하고 싶을 때가 있죠. 그러나 이런 태도는 선한 의도와는 다르게 진정한 대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공감은 결코 상대의 문제나 요구에 처방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배려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공감해 주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저 사람은 내 마음을 잘 이해하고 내 말을 들어주는 구나”라고 생각하게 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상대의 기분을 이해해 주세요. 그 사람이 지금 울적한지, 기쁜지, 설레는지 그 기분을 이해해주면 공감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리고 적절한 맞장구를 쳐 주고 관심어린 질문을 해 주세요. “어제 자전거를 샀어”라며 마음이 들뜬 친구에게는 “그래? 정말 좋겠네. 자전거를 타고 어디까지 가 봤니?”처럼 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해 주면 상대는 더 기분이 좋아집니다. 또 상대의 숨은 마음을 알아주세요. 말 속에 숨어 있는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면 절대 상대의 말을 섣불리 판단하여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없을 겁니다.

공감하며 대화하려면 상대가 자신을 충분히 표현하고 이해받았다고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허용해 주어야 합니다. 대화를 잘하는 사람은 예외 없이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말할 뿐 아니라 상대의 감정과 욕구에 귀를 기울이는 데 능합니다. 공감하며 대화하는 일은 상대에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조언을 해 주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흔히 공감 대신 섣부른 조언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공감하며 대화하기 위해 꼭 기억해 주세요. 상대가 한 말에 섣부른 충고나 조언을 하려 하지 마세요. 상대의 말을 평가하거나 잘잘못을 판단하려 하지 마세요. 그저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 듣고 관심을 가져주세요. 지금 나와 대화하는 그 사람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세요. 그것이 공감하는 마음입니다.

<대구 비슬초등 김대조 교사>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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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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