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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재원 없는 특별회계 정부 방침 어긋나”…기재부 반대가 핵심조항 삭제 결정타

2019-07-23

■ 알맹이 빠진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

20190723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의 핵심 내용인 특별 재원 마련 및 운영주체 조항이 원안과 다르게 수정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경주 신라왕경 발굴현장. <영남일보 DB>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신라왕경특별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겨졌다. 그러나 법안의 핵심 조항인 신라왕경사업의 ‘재원 확보’ 방안이 법안심사 과정에서 삭제돼 껍데기만 통과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신라왕경특별법안의 수정안에 따르면, 원안 13개 조문 중에서 신라왕경 핵심유적 연구·지원 재단의 설립·운영(법안 제8~9조)과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특별회계의 설치(법안 제10~12조) 등 5개 조문이 통째로 삭제됐다. 국가재정이 새로 투입돼야 하는 조문은 모두 빠진 셈이다.

이들 조항이 삭제된 배경에는 정부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특별회계에 대해선 기획재정부가 ‘자체 수입재원 없는 특별회계 설치는 정부의 정비방침에 배치된다’면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재단에 대해서도 ‘재정부담이 뒤따르고 기능이 중복된다’면서 기존 조직(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등)을 활용하라는 입장이다.

특별회계, 국가재정법으로 정해
재정당국 반대땐 신설 발목잡혀

법안 상임위 통과에만 의미 부여
김석기 의원측 비난자초 지적도


◆20년간 지속된 사업비 확보 노력

경주 문화재 사업에 들어가는 전용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 노력은 지난 20년 가까이 경주 국회의원들에 의해 계속됐다. 2001년 11월 김일윤 전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도보존특별법 제정안’에는 ‘국가는 보존·정비사업 소요 비용 전액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들어있었다. 재정당국이 이에 반대해 법안이 3년간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가 2004년 2월 ‘국가는 보존사업 소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바뀌어 가까스로 통과됐다. 하지만 경주 고도보존사업 재원은 항상 부족했다.

이후 경주 지역구 의원들은 경주만을 위한 특별회계 신설을 입법화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정종복 전 의원은 2006년 9월 ‘세계역사문화도시특별법안’을 발의하고 해당 사업비 확보를 위해 ‘특별회계’를 신설토록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재정당국의 반대로 상임위 통과가 안되다가 결국 2008년 5월 17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폐기됐다.

정수성 전 의원도 2014년 10월 이번 법안의 원조 격인 신라왕경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서 ‘신라왕경 8대 사업’에 필요한 사업비 확보를 위해 ‘특별회계’와 ‘기금’을 설치토록 했으나, 마찬가지로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2016년 6월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특별회계는 ‘국가재정법’에 목록으로 정하고 있다. 때문에 특별회계 신설을 위해선 국가재정법도 함께 개정해야 한다. 김석기 의원과 정수성 전 의원은 각각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같이 발의했으나, 재정당국이 이에 반대함으로써 특별법안도 발목이 잡히는 구조이다.

◆상임위 통과한 수정법안의 허실

이번에 통과된 신라왕경특별법안은 김석기 의원 측에서 경주만을 위한 특별회계 신설과 재단 설립을 포기했기 때문에 상임위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수정안에 포함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추진단(수정안 제7조)은 이미 2014년 4월에 발족돼 운영 중이며, 사업 종합계획(" 제5조)도 추진단에 의해 이미 수립됐다. 종합계획에 따라 해마다 마련해야 하는 연도별 시행계획의 수립 주체는 원안의 문화재청장에서 경주시장으로 격하됐다(" 제6조). 다만, 사업계획에 나오는 신라왕경 8대 사업 목록을 법안에 명문화하는 성과는 올렸지만(" 제8조), 재원 확보방안이 빠져있기 때문에 예산확보와 사업진척은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김 의원 측은 언론 보도자료와 SNS를 통해 법안 통과 자체에 의미를 두고 “큰 산 넘었다”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삭제된 법 조항의 중요성을 설명하지 않아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주 정치권 인사와 경주시청 고위 관계자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목소리로 “특별회계 조항은 법안의 핵심이며 이것이 빠지면 알맹이 없는 쭉정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면서 “김 의원으로선 법안 통과를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을 솔직하게 설명해야지, 시민들을 상대로 핵심을 흐리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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