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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칼럼] 금복주와 대구은행

2019-01-18
[조정래 칼럼] 금복주와 대구은행

“우리라도 참소주를 마셔줘야 하는 거 아니냐.” 지난 연말 어느날 저녁 대구의 한 식당, 5명의 언론인 모임 송년회 자리에서 한 멤버는 지역기업인 금복주를 걱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이들도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참소주를 찾는 이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지역에서 참소주의 점유율이 정확하게 얼마고 어떤 추이를 보이고 있는지는 여기선 논외로 하자. 정말 중요한 건 지역민이 수요와 소비자를 위하고 챙기고 있는데 정작 생산자인 금복주는 공급·관리에 소홀하다는 사실이다. 참소주 안 팔아줘도 탈 날일 없다는 격의 배짱 장사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기업가정신이 수준이하인지 알 길이 없다.

금복주가 지역민들에게 위태롭게 보인다. 금복주의 실제 경영상황과는 무관하게 그렇게 비쳐진다. 소비자 지역민들은 위기로 인식하는데 최고 경영자는 태무심한 듯하다. 최근 몇년간 금복주는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과 여성차별에 이은 냄새 나는 소주 사건에 이르기까지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신뢰를 잃어 왔다. 이러한 사고보다 더 큰 문제는 적절한 사후대처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지역민들의 우려를 사고 있는 대목이다. 술에서 냄새가 나는데 ‘인체에 무해하다’는 대응은 안이하다 못해 위태하기 짝이 없다. 사고로 귀결되고 어렵사리나마 수습될 사안을 사건으로 키우는 꼴이다. 사과의 진정성 부족과 수습책의 미봉성은 ‘오너 리스크’를 떠올리게 한다.

대구은행이 겪고 있는 진통 또한 지역민들에게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DGB 지주회장의 은행장 겸직 문제가 핫 이슈로 던져졌다. 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는 지난 11일 회의를 통해 2020년 12월31일까지 지주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결정했다. 겸직이든 분리든 쇄신이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개혁과 혁신의 명제에 부응하자면 문제가 된 구체제로 회귀는 곤란하다. 이같은 관점에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은행장 후보 추천은 그 자체로 흠결을 안고 있었다고 보인다. 은행장의 권한 남용과 부패, 전횡을 방관해 온 원죄를 안고 있는 이사들이 아무런 속죄 없이 새로 행장을 추천하는 게 상식적으로 옳지 않다. 그런 반면 자추위가 행장 추천을 일방적으로 무력화시킨 것 또한 얼마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겸직에 따른 권한 집중과 장기집권에 대한 우려의 불식이 중요하다. 대구경실련, 대구여성회, 대구참여연대 등 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구은행 부패청산시민대책위’가 권력 집중과 그에 따른 부패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자추위와 지주회장이 새겨들어야 할 금언이라 할 만하다. 예컨대 ‘적임자가 없다’는 배제의 논리는 ‘나 아니면 안된다’는 독선과 동전의 양면으로 조응한다는 말이다. 지주 회장의 은행장 겸직이 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김태오 회장이 지역사회에 응답해야 할 차례다. 구구한 억측과 논란을 종식시킬 카드 말이다. 자기희생은 진실성을 가장 확실하게 담보하는 징표다. 은행장을 겸직하지 않겠다는 당초의 약속을 못 지키게 된 것에 대한 사과는 물론 경영정상화를 위한 로드 맵 제시도 빼놓을 수 없다. 은행 구성원과 주주, 지역민들을 설득할 만한 특단의 쇄신방안이 나와야 한다. 이를테면 겸직 기간을 최소화하면서 스스로 지주회장의 임기까지 줄이는 용단이면 더 바랄 나위 없을 터이다. 이러한 자기 희생을 앞세우지 않고서 어떻게 개혁의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상대편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기 위해서는 자기의 이익부터 내놓거나 포기하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지역기업에 대한 지역민의 충성도는 대단하다. 하지만 3급 이상 노조라니, 그건 아무래도 이상하다. 행장에서 고위 간부에 이르기까지 ‘종업원 리스크’ 아닌가 우려스럽다. 지역민들은 기대치에 조금만 부응하면 언제든 참소주로 돌아갈 용의를 갖고 있고, 대구은행이 하루빨리 이미지를 쇄신하고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 ‘오너 리스크’든 ‘종업원 리스크’든 지역민의 여망에 충실한다면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없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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