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90321.010310827140001

영남일보TV

[영남타워] 대통령에게 상소문을 쓰라

2019-03-21
[영남타워] 대통령에게 상소문을 쓰라
이창호 경북부장

이래저래 경북도에 또 쓴소리를 한다. ‘국책사업 경북 유치’를 대하는 의지·자세를 두고서다.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한 호텔 컨벤션홀. 경북도가 수도권기업 투자 유치 설명회를 열었다. 중소기업 사장들을 모아 놓고 ‘경북 투자’를 호소한 자리였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 준수’ 요구가 드높은 가운데 열려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는 하루도 못 갔다. 그날 오후 서울지역 한 언론의 인터넷 보도가 대한민국 경제뉴스를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용인 간다’였다. 경북도는 시쳇말로 법당 뒤로 돈 꼴이 됐다. “아직 최종 발표가 안됐으니…” “관계 부처에 진위를 알아보겠다” “경북 유치 당위성을 설명하겠다” “항의하겠다”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 언론 질문에 대한 경북도 간부 공무원들의 일관된 멘트였다. 앞서 원전해체연구소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경주가 아닌 부산·울산으로 간다는 보도가 났다. 경북도는 역시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늘 이런 식이다. 판에 박은 듯한 이들 멘트는 사실상 ‘출구용 매뉴얼’로 여겨졌다.

경북 패싱(passing·따돌리기)보다 속상하게 한 것은 경북도의 소극적 자세였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은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업무 보고에서 첫 공개된 것이다. 뼈아픈 점은 경북도가 경쟁 도시보다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는 것. 명백한 실기(失期)다. 게다가 유치 전략도 미적거리다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치밀한 전략보단 지역 정서에 호소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이래 놓고선 “TK라는 이유로…” “기업논리엔 어쩔 수 없는…”이라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국책사업 유치 난항은 경북도지사 참모(參謀)들의 책임이 작지 않다. 경북도가 명운을 건 원전해체연구소가 대표적 예다. 영남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북도가 지난해 원해연 유치전에 나선 이후 불과 최근까지도 국회 산업위원회 소속 TK의원에게 협조조차 구하지 않았다. 기가 찰 노릇이다. 도지사의 수족과도 같은 참모들은 그동안 무얼 했나. 원해연에 관한 긴박한 정보를 도지사에게 제대로 전달했을 리 만무하다. 항상 도지사보다 한 발 먼저 정보를 수집해야 함은 물론, 그에 맞는 치밀한 전략을 짜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게 그들의 임무 아닌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막후 조정자로 나서 소기의 국책사업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고 발로 뛰는 일 말이다.

국책사업 유치를 위한 경북도 의지와 자세엔 임팩트가 부족했다. ‘경북에 왜 안주느냐’고 말로만 항의하겠다고? 정부가 꼼짝이라도 할 것 같은가. 경상도 말로 ‘끼꾸’도 안할 것이다. 지금껏 보여 준 것은 ‘통촉(洞燭·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사정을 깊이 헤아려 살핌)하여 주시옵소서’ 수준에 불과했다. 문득 상소(上疏)를 생각한다. 상소는 읍소(泣訴)가 아니다. 최고위자를 꾸짖는 것이다. 대통령의 그릇된 정책 결정을 옳은 방향으로 바꾸는 의지와 자세 말이다. 경북도는 조선시대 지방 선비들의 ‘지부상소(持斧上疏)’ 정신을 배워라. 도끼를 든 상소다. 온당한 요구를 임금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목을 쳐도 좋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대쪽 같은 상소로 박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를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그 서슬 퍼런 왕권시대에도 이렇듯 용기충만한 자기 주장이 있었다.

이철우 도지사가 최근 원해연 유치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원해연 유치는 아직 해볼 여지가 있다. 이 도지사가 맨 앞에 서야 한다. 일부에서 제안한 ‘경·중수로 분리 유치론’은 생각하지도 말라. 원칙대로 정면 돌파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이 도지사 명의의 상소문을 대통령에게 보내라. 읍소는 안 된다. 강력하고 논리적인 경북의 주장을 담아야 한다. 원해연 입지 발표가 며칠 남지 않았다. 서둘러라.이창호 경북부장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