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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칼럼] 치졸한 발상, 치졸한 정부

2019-03-22
20190322

“늘 하던 방식이 아닌 그런 발상을 정부 내에서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치졸하다고 생각한다.” 김부겸 행정안부장관이 정부의 개각 인사 발표 방식에 대해 비판했다.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의 ‘치졸한 발상’ 비판은 개각 때 7명의 장관 후보 출신지를 기존의 출생이 아닌 고교 기준으로 분류한 것을 겨냥했다. 7명의 장관 후보자는 고교별로는 서울 4명, 인천 1명, 경북 1명, 강원 1명의 분포지만, 출생지로 재분류하면 청와대 발표에서 사라졌던 호남 4명이 금세 드러난다. 대신 경북 1명은 곧바로 지워지고.

‘대구경북 출신은 한 명도 없다’는 ‘TK 패싱’ 논란이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지역 언론은 이 같은 편파인사에 대해 갈기를 세울 수밖에 없다. 지역 여론을 환기시키거나 전달하고, 경우에 따라 지역의 이익을 우선하려면 본의 아니게 지역주의의 늪에 빠지는 것도 불사한다. 인사 탕평 여부는 어느 지역에서나 인화성 높은 사안이다. 하지만 아무리 초미의 관심사라 하더라도 억지춘향 격의 ‘출신지 세탁’은 명분과 실리를 얻는 건 고사하고 얄팍한 술수만 도드라지게 한다. 경북 출신으로 세탁한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금오공고를 나왔다는 사실 외엔 호남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은 물론 전북도 정무부지사까지 지냈다. 출신지 분식까지 하는 청와대의 처지가 위태하고, ‘지연 중심 문화를 탈피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언설이 옹색하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 ‘김정은 수석 대변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벌떼처럼 공격했다. ‘이거 왜들 이래.’ 충성심 경쟁도 유분수지, 공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문제 삼아 윤리위에 회부하는 것도 모자라 영면에 든 ‘국가원수모독죄’까지 소환하나. 급기야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란 기사를 썼던 블룸버그 통신의 한국인 기자를 ‘검은머리 외신기자’로 특칭하며,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다니…. 그만 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훌륭하게 등극했으니 민주당은 족함을 알고 철수해야 않나.

저잣거리는 ‘시원하게 말 잘 했다’는 여론의 물결로 일렁인다. 내친김에, 영남일보 CEO아카데미 강연에서 발화한 “제가 못할 말 했냐"는 대거리엔 이구동성 맞장구를 친다. 정치권의 개념 없는 정쟁과 불임적 소모전, 특히 야권의 지리멸렬에 속을 부글부글 끓이던 민초들의 가슴이 나 원내대표의 연발에 ‘빵’ 터진 거다. 좌충우돌을 걱정하는 시각도 적지 않지만, 어쨌든 나 원내대표가 뜨고, 한국당도 덩달아 오른다. 민주당의 과잉 대응이 그를 실제 이상으로 키웠다는 한 정치평론가의 분석은 전적으로 옳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 상대의 실수를 발판으로 뜨는 것은 한계가 있는 법. 스스로 우쭐해 하지 말란 얘기다. 민주당의 후위 공격도 치열·치밀할 테니까.

한국당이 잘 한다는 게 아님은 물론이다. ‘문재인정부가 왜 이러나.’ 우려와 걱정들이 차고 넘친다. 치열과 치밀은 나무랄 게 없는데 치졸함이 문제란다. 이른바 ‘3치 정부’라는 입방아다. ‘청문회에서 많이 시달린 분들이 더 일을 잘 한다.’ 잘 못 들었나, 지지자들조차 귀를 의심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집권 초반의 소박한 미소와 겸손이 3년 차에 들며 왜 일방향의 하얀 웃음과 자만으로 변했는가. 아니 그렇게 비쳐지는가. 촛불의 대표자라는 진보의 오만과 독선이 보수 부활과 결집의 불쏘시개고, 문 정부의 안이함이 바로 수구·냉전 정치가 활개를 치는 종합운동장이다.

치졸함을 넘어서지 못하면 진보의 재집권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보수궤멸’이라니. 정책을 주도해야 할 집권 여당으로서의 관용과 아량이 눈을 씻고 봐도 안 보이는 게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언필칭 보수궤멸이고, 20년 집권도 모자라 100년 집권을 운운하는 건 ‘건방인가, 자신감인가.’ 상대를 발가락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 ‘지금까지 이런 정치는 없었다.’ ‘반문’ 연대가 먹히는 건 진보 자만의 징후이고, 문 정부의 지지율 하락은 심판의 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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