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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현장에서 자치를 생각한다

2019-07-23
[기고] 현장에서 자치를 생각한다

포항시 흥해읍은 4만여 주민이 사는 조그마한 도시지만, 바다와 같이 흥한다는 지명에서 보듯 살기 좋은 아름다운 고장이다. 조선시대에는 군수 관아를 두고 이곳을 다스렸으며, 신라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인 중성리신라비·흥안리 고인돌·흥해읍성 등 귀중한 문화재가 과거의 찬란함을 말해주는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이 아름다운 마을에 2017년 11월15일 리히터 5.4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여 125명의 인명피해와 5만7천여 건의 시설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2016년 9월12일 경주에서 발생한 5.8규모의 지진에 이은 큰 규모였다. 이날 지진 피해는 엄청났다. 수험표가 교부된 상태에서 날아가는 비행기도 세운다는 대입수능이 연기됐을 정도였다.

경북도와 도의회는 이주민이 모여 있는 흥해실내체육관 인근에 대책본부를 차리고 포항시와 공조하여 대응마련에 부심했다. 중앙의 정치권에서도 현장을 방문하고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어 우리나라도 이제는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실감했다.

얼마 전 다시 현장을 찾아 둘러보며 의정 활동 현장의 단상을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자 한다.

첫째, 헌법 제34조를 살펴보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포항지진 이후 문재인 대통령, 각 부처 장관, 정당 대표 등 너도나도 포항을 방문하여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돌아갔다. 모두들 한결같이 조속한 피해복구를 약속했다. 그러나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강성천 산업정책비서관은 국회차원에서 논의해 법 제정을 추진해주면 정부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적인 재난이 발생했는데 응급조치 후 항구적인 대책마련에 필요한 법이 없어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인재(人災)로 결정된 상황에서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피해복구를 주관할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어디에도 항구적인 복구와 대책마련에 적극적이지 않고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포항시민의 아픔을 아우르고, 피해 복구를 내실 있게 마무리하는 정부의 대책을 기대해 본다.

둘째, 지금 국가 예산 중 안전관련 예산의 대폭적인 증액이 필요하다. 안전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지진대피훈련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많은 대책이 발표됐지만 아직 할 일이 많다. 국가방재교육원, 다목적 재난대피시설, 지방별 안전체험센터 확충, 건물내진 보강사업지원 등 시급하지 않은 것도 없다. 그러나 2년이 지나가는 지금,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이 우리나라의 안전인프라 구축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고 믿고 있을까. 복지 관련 예산은 대폭적으로 증가되어 국민복지 수준이 향상되었는지 몰라도, 복지 이전에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셋째, 지방 정부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 도의회에서 지진대책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경북도와 대책을 협의하다 보면,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사할 권한이 없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30년이 되었지만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을 수차례 발표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수준은 갈 길이 멀다. 법령 개정을 통한 지방의 재정권을 더욱 강화하고, 중앙정부의 간섭을 배제하여 지역만의 특성을 살린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하루 빨리 확충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권력남용이나 행정력 낭비는 지방의회와 언론, 그리고 주민이 충분히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구축되어 있고, 또 가장 강력한 수단인 지방선거를 통해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지방권력을 이양하면 중앙의 지방장악력이 약해진다는 인식은 이제 과감히 버릴 때가 됐다. 포항지진이 하루 빨리 수습되고 사회적 안전망이 더욱 강화되어 지역민이 지역을 책임지는 지방자치의 정착을 기대해 본다.

장경식 (경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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