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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요란하지 않게 더 아래로!

2019-07-23
[CEO 칼럼] 요란하지 않게 더 아래로!

매년 7월이면 사회적경제인들은 바쁘다. 7월1일이 사회적기업의 날, 7월 첫째주 토요일이 국제협동조합의 날이기 때문이다. 이즈음 대구는 기념식을 넘어 독특한 행사를 치른다. 의례적 기념식보다는 ‘작고, 소박한’ 행동이라도 하자는 취지로 기획한 것이다. 사회적경제인 스스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 불평등 등의 사회문제를 연대와 협력의 방식을 통해 해결해보자는 지향을 확인하고, 실천의 의미를 되살리자는 뜻이다.

‘대구 사회적경제, 공동체하다’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이 ‘사회적경제기념’ 행사는 가난한 지역에서의 봉사와 주민잔치로 진행된다. 사회적경제가 여전히 인지도가 낮고, ‘사람 중심의 경제’를 통해 ‘사람을 밀어주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더 ‘아래로’ 삶의 현장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횟수로 4년째인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두어 달 전부터 대구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모여 행사를 다시 기획했고, 골고루 역할을 나누었다. 올해는 도심 속의 이면, 드러나지 않은 달서구의 가난한 한 지역을 찾기로 결정했다.

공동체활동을 위해 찾았던 한 집의 이야기다. 인근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던 어르신이 퇴원해서 살고 있는 집이었다. 이 집은 어르신이 요양병원에서 홀로 지내기보다 이웃과 함께 살고 싶어 선택한 단칸방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보일러실 진입통로를 개조해 만든 곳이라 상태가 매우 불량했다. 방 앞에 있는 하수구 2개에 맨홀이 무너져 위험한 데다가, 악취와 모기가 들끓고 있었다. 우리는 먼저 청소와 방역을 하고, 어르신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맨홀과 바닥을 손봐드렸다. 어르신은 아이처럼 좋아라 웃으셨지만, 우리 마음은 씁쓸하면서도 이 정도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병원이 아닌 동네를 찾은 어르신의 소망은 허물없이 지낼 이웃일 텐데, 따뜻한 이웃들이 함께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자리를 떴다.

또 다른 곳은 사전답사 때부터 난관이 예상되던 곳이었다. 가장 신경을 써서 활동을 해야 할 집 중 하나였다. 집에 살고 있는 아저씨는 고생한다며, 안쓰러운 마음에 음료수를 사서 들이미는 따뜻한 분이었다. 하지만 삶의 끈을 놓아버린 듯했다. 방문시, 집 안은 난장판이었다. 널브러진 짐들과 발 디딜 틈 없이 쌓인 쓰레기, 방치된 음식물이 썩어 진동하는 악취. 잠시도 머물기가 힘든 곳이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깨끗한 방이 있었다. 벽면에는 환하게 웃는 아이를 안고 있는 행복한 가족사진이 걸려있었다. 아마도 삶을 포기해버린 것 같았던 ‘선한 아저씨’의 소중한 ‘그 무엇’인 듯해 모두 가슴 한편이 먹먹했다. 잠시지만 우리는 그 아저씨와 가족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씻고, 치우고, 정리했다.

사회적경제기념행사의 피날레는 늘 그렇듯 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리는 마을잔치다. 올해는 특별히 동네 꼬마아이들부터 부녀회까지 등장해 끼를 뽐내고 즐겼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앙증맞은 춤사위와 노래를 들려주는데 넘어가지 않는 주민은 없었다. 초대된 주민들은 평생 가난한 삶의 무게를 어깨 가득 짊어져온 사람들이었다. 사회적경제인들이 준비한 고기와 과일, 떡, 그리고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공연을 관람하면서 주민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흥겨워했다. 마을과 주민과 사회적경제인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행사를 마치고 몇몇에게 느낌을 들었다. “이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사람이 있는 줄 몰랐고, 우리가 제대로 할 일을 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힌 청년도 있었고, “여기서 땀 흘리며 일해보니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앞으로 오늘의 경험을 새기며 일해야겠다”고 말하는 사회적경제인도 있었다.

‘사람들을 바라보고, 사람을 향해 나아가는 경제’ 이것이 사회적경제의 본래 정신이고, 사회적경제의 좌표이다. 사람은 좋건 싫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회속에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김남주 시인은 ‘만인이 자유로울 때 비로소 내가 자유롭다’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서로 엮여 있고, 동시대인으로서 같이 잘 살아야 할 윤리적 책임이 있다. ‘짐을 함께 져주는’ 사회적경제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들이 아직 많다. 올해도, 그리고 앞으로도 사회적경제는 ‘사람’으로 뜨거울 것이다.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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