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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정치칼럼] 핵심 본질을 외면하는 대통령

2019-12-09

조국사태 때 제도 탓하더니
감찰무마, 선거개입 의혹엔
침묵하고 참모들만 내세워
국민 상대 설명하기는커녕
독서 권하며 평시처럼 행동

20191209

문재인 대통령은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두 정상이 직접 소통한 건 9월24일 뉴욕 한미 정상회담 이후 74일 만이다. 그 기간 두 나라는 한일 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여부,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두 사안 모두 미국이 ‘갑’의 입장에서 한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은 30분 통화에서 이 문제들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최근의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하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조기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대화 모멘텀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촉구하는 시한으로 통보한 연말이 다가오고, 동창리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장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났으니 한미 정상이 상황을 점검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한국 대통령이라면 한반도 정세안정과 모두 연결돼 있는 두 사안도 말하는 게 당당했다.

대통령이 핵심을 비켜가는 모습은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숱하게 봤다. 한국 전역을 사정거리에 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남쪽 당국자들을 향해 욕설이나 다름없는 폭언을 퍼붓는 데도 말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일본과의 무역전쟁 때 기세좋게 대응하면서 열성 지지층을 결집시킨 일(그마저도 결국엔 흐지부지됐지만) 외엔 외교와 대북정책에서 본질적인 핵심을 파고든 흔적이 거의 없다. 국정의 핵심을 외면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내치(內治)에서도 그대로다. 서민들은 아우성인데, “취업률이 높아졌다” “우리 경제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한다. 조국 사태가 터졌을 때는 집권세력 안의 ‘반칙과 특권’이란 본질은 외면하고 대입제도 탓을 했다. 조국 수사 자체를 검찰개혁의 명분으로 삼았고, 정권 편을 들지 않는다고 언론을 나무랐다.

조국 사태에 이어 청와대발(發) 권력형 비리 의혹이 터져서 대통령비서실이 도마에 올랐는 데도 대통령은 아무런 해명이 없다. 비서실 홍보라인이 대신 방어하고 있지만 역부족이어서 거짓말 논란만 일어난다. 지금 제기된 두 가지 의혹(유재수 감찰무마, 울산시장선거 개입)은 모두 문 대통령과 연결되는 문제여서 대통령 본인이 입을 다물고 있으면 다른 참모들은 진실을 알기 어렵다. 유재수는 금융위 국장시절 비위를 저질러 청와대 특감반의 감찰을 받고도 아무런 징계없이 금융위를 나왔다.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문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영전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일 때 유재수는 그 밑에 행정관이었다.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울산시장 선거공작 의혹은 훨씬 심각한 사안이다. 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시장을 제치고 당선된 송철호 시장은 문 대통령이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다. 송철호는 그 전에 8번 선거에 도전했다가 모두 졌는데, 문 대통령이 “송철호 당선이 소원”이라고 했던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2년 반 전 취임하면서 “앞으로 중요한 국정 현안에 대해선 직접 언론을 통해 국민께 소상히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청와대를 오래 출입한 필자는 대통령과 국민 사이 소통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지금 문 대통령은 중요한 국정현안들을 직접 설명하기는커녕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문 대통령은 휴일인 지난 1일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감찰무마, 선거개입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시점이었다. “금요일 하루 연가를 낸 덕분에 주말 동안 책 세권을 내리 읽었다…우리의 인식과 지혜를 넓혀주는 책들이다…일독을 권한다.” 도올 김용옥의 책들인데, 문 대통령을 띄워준 책도 포함됐다.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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