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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이 사람] 대백사격단 농아인총잡이 김태영 선수

2017-08-18

“올림픽 등 비장애인 대회서도 입상하고파”

20170818
사대(사격발사대)에 서면 누구보다 침착한 김태영 선수. 과녁을 뚫어지듯 바라보며 격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시차적응이 힘들었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농아인총잡이 김태영 선수(28·대구백화점사격단)가 지난달 터키 삼순에서 열린 제23회 세계농아인올림픽(데플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는 10m공기권총, 50m권총, 25m권총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또 25m속사권총에서도 은메달을 따 출전 전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데플림픽은 지난달 18~30일 12일간 109개국에서 21개 종목에 5천여 명이 참가했으며 우리나라는 9종목에 141명이 참가했다.

데플림픽은 청력손실 55데시벨(㏈) 이상 청각장애인이 출전하는 대회다. 김 선수는 왼쪽, 오른쪽 눈의 시력이 각각 마이너스2디옵터, 마이너스3디옵터다. 그럼에도 그는 불굴의 의지로 신체적 단점을 극복했다.


최근 세계농아인올림픽 3관왕
감독과 필담하며 지적 되새겨
10월 아시안게임 대비 맹연습



김 선수는 공군 원사 출신의 김복환·박점희씨 부부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생후 9개월 때 중이염을 앓고 난 뒤 후유증으로 청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해서초등(대구시 동구) 6학년 때 지인의 권유로 사격에 입문, 입석중 2학년 때 비장애인과 함께 겨루는 제34회 봉황기 전국사격대회 10m공기권총에서 1위, 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차지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중3이던 2005년 제20회 호주 멜버른 세계농아인올림픽대회에선 10m공기권총, 50m권총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해 2관왕에 올랐다. 이어 경호실장기, 충무기, 육군참모총장기 10m권총 부문을 석권했다.

하지만 슬럼프도 있었다. 외동인 데다 청각까지 잃어 외로움을 많이 탔던 그는 영진고에 진학한 뒤 농아인이란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말문을 닫았다. 매사 침묵하면 그가 장애인이란 사실을 아무도 모르기에 보청기도 빼고 다녔다. 수화도 배우지 않고 구화도 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성적도 잘 나오지 않아 사격을 그만두고 싶었다.

“앞날이 불안하고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때 부모님과 감독님께서 저의 힘이 돼주셨어요.”

그는 고교 3학년 때 어려움을 극복하고 2009년 제21회 대만 타이베이 세계농아인올림픽대회에서도 2관왕을 차지했다. 비장애인이 참가하는 전국사격대회 고등부경기(50m권총)와 그해 열린 전국체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그는 이때부터 수화도 열심히 배웠다.

고교 졸업 후 바로 대구백화점사격단에 입단한 김 선수는 2013년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그해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세계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해 10m권총 단체전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의 일과는 단조롭다.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대구사격장(대구시 북구 금호동)에서 훈련을 하고 이후엔 헬스클럽에서 체력훈련을 한다. 라이벌은 같은 종목의 진종오, 김청룡, 이대명 등이다. 지난 10일 그는 내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맹연습 중이었다.

“책 읽고 사진 찍는 게 취미예요.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책을 좋아합니다. 영화도 가끔 보고 여자친구한테 찾아가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지요.”

항상 밝은 표정의 그는 한태오 대백사격단 감독(44)과 종종 필담으로 얘기를 한다.

한 감독은 “글은 전달이 잘 되고 기억하기도 쉽죠. 제가 연습 중 지적한 것들을 태영이가 다 모아두고 되새김질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태영이를 지켜봐 왔는데 사격에 대한 열의가 강하고 의지가 굳세며 꾸준히 노력하는 선수예요. 이제 곧 서른 살이 될 터인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것으로 봅니다”라고 말했다.

김 선수에겐 목표가 있다. 바로 아시안게임,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 입상하는 것이다.

“올림픽 같은 세계대회는 비장애인 위주예요. 출발신호도 소리고, 모든 경기 진행 상황을 눈치껏 살펴봐야 하기에 더 힘들지요. 저를 후원해주는 대구백화점과 감독님, 그리고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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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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