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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2017-10-24
[취재수첩]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생명’은 소중하다. 하지만 지역에선 ‘지위고하’에 따라 생명의 가치를 달리 평가받는 것 같아 씁쓸하다. 최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노숙인 A씨가 결국 결핵으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적절한 치료와 관심 부족, 그리고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진료 기피가 만들어낸 일이었다.

대구의료원은 노숙인들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까닭에 ‘노숙인 지정 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이에 대구시는 의료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해마다 공공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에 예산을 지원한다. 지원금도 상당하다. 대구시는 대구의료원에 기능보강·진료지원비·결핵사업비·병상유지비 등 5년간(2012~2016년) 342억원 이상(국·시비)을 지원했다. 시가 해마다 7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의료원에 지원하는 것은 의료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노숙인과 약자들의 아픔까지 꼼꼼하게 돌봐주라는 의미다.

하지만 대구시 산하 대구의료원의 진료 기피는 빈번하다. 올해 확인된 사례만도 10건에 이른다.

노숙인을 진료소로 데려가 진료를 받게 하는 일은 상상 외로 어렵다. 노숙인 대부분이 진료를 꺼리기도 하고 고통을 참는 데 익숙한 까닭이다. 사망한 A씨도 병원에 가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거리노숙인 상담사들부터 노숙인센터 모두가 나서 1개월가량 그를 설득했다. 단기간에 20㎏ 이상 몸무게가 줄어든 그가 심각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렵게 설득된 A씨는 며칠 후 병원이 아닌 거리에서, 상태가 더 악화된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에 갔더니 영양제를 놔주고 내보냈다고 한다. 며칠 후 다른 병원에서 결핵을 진단받은 그는 결국 사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잠든 시간, 노숙인들을 설득해 병원으로 보내지만 일부 담당 의료진의 진료 기피로 인해 이들은 다시 거리로 내몰린다.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1~2명의 결정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가는 셈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진료 기피는 대구의료원 의사들의 윤리 의식 결여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은 사건을 보고 들은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과거부터 있어왔던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의사들의 마음가짐이 변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란 말도 했다.

대부분 연고자가 없는 노숙인의 건강과 생명은 공공의료원 의료진의 책임과 윤리의식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라도 의료진이 ‘공공의료원은 희생과 봉사, 투철한 소명의식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는 곳’이란 평범한 진리를 깨닫기를 바란다. 만성 ‘적자병원’이라는 대구시의원들의 ‘비아냥거림’을 공공의료에 최선을 다했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지역 공공의료원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도 함께 변할 것이다.

‘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지 않는 한 소중한 생명은 지켜질 것이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기에.

서정혁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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