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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변시낭인

2018-01-20

2018년도 제7회 변호사시험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전국 5개 고사장에서 치러졌다. 이번 시험에는 지난해보다 184명 증가한 3천490명이 접수돼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을 기록했다. 2012년 1천665명이던 응시자가 시험 탈락자들이 매년 누적되면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합격률도 2012년 87.25%에서 매년 하락해 지난해에는 51.45%까지 곤두박질쳤다. 올해도 시험 합격자 수가 1천600~1천650명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자칫하면 합격률이 사상 처음 50% 이하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변시(辯試) 합격정원은 매년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가 결정한다. 관리위는 2010년 12월 1회 시험 합격정원을 입학정원 대비 75%로 정했다. 정원 대비 80~90% 선발을 요구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측과 50%선을 주장한 변호사단체 입장을 절충한 결과다. 이때의 기준이 관행으로 굳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변시는 사시와 달리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에 5회까지만 응시할 수 있다. 다섯 번의 기회를 모두 놓치면 이른바 ‘오탈자’ 신세가 돼 영영 변호사 진출의 길은 막히고 만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새롭게 등장한 신조어가 ‘변시낭인(浪人)’이다. 작년을 끝으로 사법시험이 막을 내리면서 ‘고시낭인’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가 싶더니 그 자리를 변시낭인이 채우게 된 모양새다. 실제로 1기 로스쿨 입학생 중에서만 자퇴·유급, 5회 낙방 등의 이유로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이 328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변시 경쟁률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로스쿨이 ‘변시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변호사의 기본 소양을 가르치는 법철학, 법사회학 등 기초과목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변호사시험 필수과목에만 목을 매는 것이 로스쿨의 자화상이다. 이 때문에 제도 도입 당시 내세운 특성화는 간데없고 전국 로스쿨커리큘럼이 거의 비슷해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교과서도 깊이 있고 두꺼운 책보다 속전속결에 유리한 학원 강사급 사람들이 펴낸 얄팍한 분량의 책을 선호한다고 한다. 심지어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떠난 서울 신림동 고시촌은 변시촌으로 탈바꿈하고 과거 유명 사법시험 학원은 방학 때면 로스쿨생으로 북적인다.

2009년 도입된 로스쿨 제도는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사법시험까지 폐지되면서 이제는 대한민국 유일의 법조인 등용문이다. 그동안 법률서비스 문턱이 낮아지는 등 긍정적 효과도 적지 않지만 다양한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본래 취지가 지금도 살아있는지는 의문이다. 합격률 조정이든 자격시험화든 추락한 위상을 회복할 제도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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