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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단상] 우동기를 위한 변명

2018-01-20
[토요단상] 우동기를 위한 변명
노병수 칼럼니스트

지난해 12월26일 우동기 교육감이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잘나가는 현직 교육감에다 건강도 문제가 없어 3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그가 왜 불출마를 선택하였을까? 가장 먼저 나온 얘기가 대구시장 출마설이다. 가능한 추측이다. 교육감은 정당 소속이 아니니까 여당, 야당 후보가 모두 가능하다. 물론 무소속도 가능하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더니, 나중에는 온갖 악성(惡性) 루머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시작은 성추문이었다. “여자 교장과 바람이 났다. 아니다. 장학사와 바람이 났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다. 간부회의에서 “나와 바람이 났다는 장학사가 누구냐?”고 물었다. 알아보니 여자 이름의 남자 장학사였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날마다 새로운 루머가 등장했다. 내용도 보통 악의적인 것이 아니었다. “모 후보로부터 불출마 대가로 20억원을 받았다. 업자와의 뇌물수수 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압수수색까지 받아 어차피 출마는 불가능하다더라.” 우리나라 교육수도가 가히 루머천국이 되었다. 그러니 “오늘은 또 이런 것이 나왔다”며 소개를 하고, 웃어넘기던 그도 감당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경찰청장을 찾아 정식 수사요청까지 했다.

흔히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청렴한 사람, 일에 미친 부지런한 사람, 독실한 가톨릭 신자, 이 3가지를 트레이드마크로 꼽는다. 영남대 총장 시절, 그는 총장이 되기 10년 전부터 구내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해오던 동생의 학교 출입을 금지시켰다. 동생은 “해도 너무한다”며 격렬하게 항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천마아트센터 건립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사 입찰만 공정하게 관리하면 될 것을 그는 건설업을 하는 친한 친구들에게 아예 입찰 참가조차 못하게 했다.

그는 영남대 12대 총장이었다. 취임 초부터 단임을 선언하고 4년 동안 학교발전기금을 무려 381억원 모았다. 역대 11명 총장들이 모은 것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이었다. 그 과정에 쓰인 업무추진비가 말썽이 되자 바로 은행으로 달려가 전액을 반납했다. 그는 엄격하게 십일조를 바쳤다. 성당으로서는 큰 수입이었다. 그가 이사를 가서 본당을 옮기려 하자 신부가 권했다. “미사는 다른 교회에서 드려도 좋으니까, 교적(敎籍)은 그대로 두면 안 되겠습니까?”

그런 그에게 교육감은 그리 매력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우선 금전적으로 너무 힘이 들었다. 선거구가 넓어서 선거비용이 꽤나 들지만 마련할 길이 없었다. 첫 임기 내내 아내에게 월급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도리어 그 아내에게 돈을 빌려 두 번째 선거에 나섰다. 사학연금조차 승계가 되지 않으니 대학에 그대로 있는 것보다 엄청난 손해를 봤다. 일이라도 여한 없이 하고 싶지만 교육자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것도 힘들었다. 업무가 대부분 국가위임사무들이라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이제 ‘행복교육’의 화두(話頭)도 어느 정도 완성된 지금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이것이 그의 불출마 이유다. 앞으로 그가 어떤 길을 선택할지 그건 그의 자유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 그의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다. 아마 팔공산 자락에 조그만 집을 지을 것 같다. 마침 집터 바위 아래 넓은 공간이 있어, 찻집을 겸한 작은 도서관을 꾸밀 것 같다. 물론 다른 추측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 추측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명예훼손이다. 노병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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