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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단상] 공정과 공평, 그리고 교육

2018-04-21
[토요단상] 공정과 공평, 그리고 교육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과거 한국 교육비판서를 쓴 이유로 교육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에 심심치 않게 초청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교육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에서 어쩐 일인지는 몰라도 교육부 관계자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아마 공격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런 자리를 기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토론 자리에 가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교육부 관계자라도 나오고 싶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에 대한 해법이 개인마다 다 생각이 다르니 너무 많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프레임이 존재하다 보니 교육개혁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의 교육개혁의 방향은 학생부 비율보다는 수능점수 비율을 높이자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 이유는 그동안 학생부종합에 의한 대학 선발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공유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학력고사 시절처럼 수능점수로 선발을 한다면 분명히 더 공정해지기는 하지만 공평해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부자들에게는 높은 점수를 받게 할 수단들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기회의 평등을 주장해왔지만, 우리가 가진 교육에 대한 프레임이 너무 강하게 고착되어 있어 받아들여지기가 어려웠다. 일제강점기에 고착된 교육시스템이 지금껏 뼈대를 유지하며 더 나은 교육프레임의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좋은 대학 가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요?”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이 질문에 어떤 부조리가 숨겨져 있는지 이해가 가는가?

물론 필자가 공정성을 높이는 취지를 무시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지금으로서 최선은 공정성을 높이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근본적인 시스템의 개선을 담보하지 않는다. 여전히 우리의 아이들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학원가를 전전하며 쓸데없고 철 지난 교육에 매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로 영어를 수능에서 빼자고 하면 다들 화들짝 놀란다. 늘 있어왔던 것인데 없애자는 말에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편견에 맞는 생각을 만들어낸 후 수준 높은 영어독해능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덕분에 자신이 어려운 논문도 읽어낸다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모두가 소설가나 저널리스트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듯이,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어려운 논문이나 뉴스위크지를 읽어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목적은 의사소통인데 고등학교까지 정규교육을 마치고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것은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증거일 뿐이다. 시험이 목적이 아니라면 영어는 학원도 필요 없이 학교에서 놀듯이 배우다 보면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수능에서의 영어평가는 단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평가방식도 혼자 고립시켜 기계적인 암기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네트워크에 퍼져있는 지식을 어떻게 선별하고 협력하고 이용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우리는 수십 년 된 지도를 아이들 손에 쥐여주고 목적지를 찾으라고 하고 있다. 이제 나침반을 쥐여줘야 한다. 이 문제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여전히 톱다운 방식의 교육이 유지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대학을 비롯한 현재 시스템에서 이익을 얻는 모든 자들은 질서를 유지하고 서열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공평성을 높이려면 점수 순서대로 정해진 서열에 따라 입학하는 것이 아니라, 수능을 자격시험화하고 대학 서열을 완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면 기득권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기득권자들은 통제를 잃고 그들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으므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여러 나라에서는 미래 권력을 선점하기 위해 교육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수시, 정시 싸움만 하고 있다.

진정한 개혁은 아래로부터 강한 요구가 있어야 한다. 또한 누군가 개혁을 하고 싶어도 대중의 지지가 없다면 개혁이 어렵게 된다. 최소한 성인이 되기 전까지 피 말리는 경쟁을 지양하고 협력에 기반한 학습을 하도록 하자. 경쟁은 고교 이후부터 해도 늦지 않다. 이런 과정을 거쳐 누군가가 기득권적 지위를 가진다면 충분히 인정해줄 만하지 않은가.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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