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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단상] 美 CIA의 북핵 침묵

2018-08-18
20180818
최병묵 정치평론가

2017년 12월 미국 CIA(중앙정보국)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ICBM 프로그램 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는 시한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대사의 말이라고 한다. 볼턴은 올 4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취임했다. 2018년 1월22일 폼페이오 CIA 국장(현 국무장관)도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몇 달 안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ICBM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말한다. 폼페이오 국장이 말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능력’과 같은 개념이다. 북한이 핵을 만들어 ICBM에 실어 쏜다면 미국은 핵폭탄 위협에 직접 노출된다.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CIA의 보고가 있은 뒤 3개월이면 올 3월이다.

현재 CIA 정보와 폼페이오의 언급은 이미 구문(舊聞)이 됐다. 4개월 보름이나 지났기 때문이다. 그간 북한 안에서 핵개발과 관련한 많은 진전이 이뤄졌을 것이다. 공개가 안됐을 뿐이다. 북한이 드러낸 것만 봐도 짐작이 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그는 4월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이를 재확인했다. 흔히 ‘핵 실험장 폐기’로만 알려져 있는 그 모임이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 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이라고 했다. ‘핵 개발 전 공정…’은 핵무기 개발을 마쳤다는 말이고, ‘운반 타격 수단’은 미사일을 완성했다는 주장이다. 핵 실험장 폐기 결정의 근거가 더 이상 실험 발사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북한 주장을 100% 믿을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북핵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적어도 25년은 됐다. 객관적 조건만 따져 봐도 북한 말이 결코 허언(虛言)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6차례 핵실험을 했다. 인도는 1974년에 첫 핵실험을 했고, 1998년 한 해 동안 5차례 실험을 한 뒤 핵폭탄을 만들었다. 이웃 나라 파키스탄도 이에 대항, 6차례 핵실험을 했다. 두 나라 다 사실상 핵보유국이다. CIA 보고, 인도-파키스탄 사례, 북한 주장을 모아보면 결론은 하나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다. 전 세계가 인정하느냐 안하느냐와 별개로 말이다.

5월말 미 NBC 방송은 CIA 보고서라며 중요 사실 하나를 보도했다. ‘북한이 당장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는 요지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날 날짜를 잡고 있던 시점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완성하고,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는 ‘세계 최고 정보기관’의 판단을 무시하고 비핵화 협상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말이 된다. 실제 트럼프와 김정은은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얼굴을 맞댔다. 그 후 두 나라가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큰 진전이 없는 듯하다. 북한의 주장은 변함없다. 핵보유국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흔들리는 듯하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핵폐기 시간표 제출을 요구하지 않겠다고도 하고,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비핵화 협상은 긴 과정이다. 이런저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정황마저 외면하면 낭패를 보게 된다.

2018년 8월18일 현재 북한은 핵보유국인가? 북한은 핵무기를 정말 포기할 생각이 있는가?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것이 핵폐기인가, ICBM 폐기인가? 이런 근본적인 의문은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다. 매우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협상 과정에서 이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핵 가진 북한’과 협상을 오래 끌면 핵보유는 기정사실이 된다. ‘북한=핵보유국’이 된다. 북의 속셈이 여기에 있을 수도 있다. CIA는 협상 국면을 핑계로 북핵에 더 이상 입을 닫아선 안 된다. 미국의 목표가 진정 북한 비핵화라면 목표 달성을 강력히 측면 지원해야 한다. 북핵의 실상 공개를 통한 전 세계적 압박 유도에 앞장서야 한다. 최병묵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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