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1(금)

[토요단상] 일본 대학입학시험 개편이 주는 메시지

| 2019-01-12 07:57:16

김병기 일본 시가국립대학 경제학부 교수

오는 19일과 20일 이틀간에 걸쳐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대학입학자선발 대학입시센터시험(이하 센터시험)이 치러진다. 현행 센터시험은 2020년 1월 실시로 폐지되고 대학입학공통시험이 새롭게 도입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능시험 개편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입시제도 개편의 방향이 주목된다.

일본의 대학입시제도는 문부과학성 관할의 독립행정법인 대학입시센터가 출제, 인쇄, 수송, 채점 등을 담당하고 있어 센터시험으로 불린다. 센터시험은 매년 1월13일 이후의 첫번째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간에 걸쳐 실시된다. 2019년 센터시험 지원자는 약 58만명으로 우리나라의 수능 응시자(약 59만명)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18세 인구가 약 120만명으로 우리나라의 두 배 정도 많은 것을 감안하면 지원자가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모든 국공립대학은 센터시험을 필수로 하고 있지만 사립대학은 기본적으로 응시를 요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782개 대학 가운데 센터시험을 활용하는 대학은 703개 대학(국립 82개 대학, 공립 90개 대학, 사립 531개 대학)이다. 또한 고등학교 졸업 후 적성을 살려 취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 진학률(2017년 52.6%)이 한국과 비교하면 많이 낮다.

일본의 대학입시제도의 변천을 살펴 보면, 전후 연합군 최고사령부가 재능있는 젊은이를 발굴하여 육성할 것을 목적으로 진학적성검사가 도입되었다. 이 입시제도는 선천적인 능력을 위주로 평가하는 것으로 후천적인 노력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아 1954년에 폐지됐다. 그 후 각 대학은 과목별 지식과 이해를 중심으로 측정하는 학력시험으로 통일되었다. 1979년에는 대학공통 제1차학력시험이 도입되었으나 학력 측정 면에서는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소논문, 논술문제, 종합적성문제, 교과 횡단형 종합문제가 출제되는 등 대학입시제도가 크게 변화하게 된다. 전후 약 40년간 일본의 입학시험이 요구하는 학력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는 고도 경제성장으로 일본 사회가 만족하고 있었으며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세계화의 진전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일본의 존재감 저하(세계 GDP에 차지하는 일본의 비율 2010년 5.8%, 2030년 3.4%, 2050년 1.9%)가 이번 대학입시제도 개혁의 배경이다. 점점 치열해지는 국제경쟁 속에서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식과 기능의 확실한 습득 △이를 기초로 한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 △주체성을 갖춘 다양한 인재들과 협력하며 배우는 학습태도 등 학력의 3요소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지식과 기능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기능을 기초로 사고, 판단, 표현하는 능력과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는 능력을 다면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입시로의 전환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대학입시제도 개편의 특징은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 교육의 양자를 접속하는 일체적인 개혁이라 할 수 있다. 대학입시와 함께 고등학교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학력의 3요소를 고등학교 교육에서 확실하게 육성하고 대학입시에서는 그것을 평가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을 평가하기 위해 국어와 수학의 경우 3개의 서술형 문제가 도입되고 향후 다른 교과로의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영어의 경우는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의 네 가지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토익이나 토플 등 외부의 민간시험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능이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험인 만큼 수험생에 대한 기대도 크다. 우리나라 가계의 교육비부담은 OECD 회원국 중에서 매우 높은 편이다. 과열된 사교육 부담을 줄여 가계의 부담을 경감하는 수능시험 개편도 필요하지만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할 학생들의 능력향상을 위한 개편도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선례는 우리나라 입시제도 개편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김병기 일본 시가국립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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