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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선진국이 되려면

2019-02-22

소득수준 높다고 선진국 아냐
공동체에 대한 자발적 배려 등
균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필요
모두가 잘사는 사회 만들려면
의식 수준을 업그레이드해야

[경제와 세상]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선진국이 되려면

2018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1994년 1만달러를 넘어선 때로부터는 24년, 2006년 2만달러를 넘어선 때로부터는 12년 만의 일이다.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연간 총소득이 1억3천만원을 넘는다. 그렇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전체 국민소득을 국민 수로 나눴기 때문에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가구도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1인당 국민소득에는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에 귀속되는 소득이 포함되는 데다 소득분배도 균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었는가. 아마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 표준국어대사전에 선진국은 ‘정치, 경제, 문화 따위의 발달이 앞선 나라’로 정의하고 있다.

선진국의 일반적인 기준을 살펴보자. 선진국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야 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국제적으로도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여야 한다. 경제적으로 풍요한 게 선진국의 중요한 기준이긴 하지만 소득 수준만 높다고 선진국은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6만~7만달러나 되는 중동 산유국을 선진국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법치주의가 확고하게 자리잡아야 하고 사회적으로 공익과 사익이 잘 조화되어야 한다. 또한 다른 문화, 다른 민족, 다른 종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이해하고 배우려는 관용의 자세를 가져야 하며 지구 공동체를 위협하는 핵과 테러 문제, 절대빈곤과 질병, 지구 온난화 등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럼 우리는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가. 풍요로운 게 경제적으로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국민 모두가 골고루 3만달러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만 빈부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법치주의는 확고하게 자리잡았는가. 자신의 주장을 합법적으로 관철하기보다는 불법적인 시위로 관철시키려 하고 보상을 더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회적으로는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자유롭게 추구하면서 공동체에 대한 자발적 배려와 기여 그리고 책임의식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개발계획이 사전에 유출되어 신도시 계획이 전면 수정된 게 얼마 전의 일이다.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 할 수 없고 경제규모에 비해 인류 공동체를 위협하는 기아, 질병, 환경오염 등에 대처하는 데에도 적극적이지 못하다.

몇 년 전 우리나라 국민이 생각하는 중산층과 선진국에서 생각하는 중산층의 기준이 많이 다르다는 설문조사가 기억난다.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부채 없는 30평 아파트, 월급 500만원, 자동차 2000㏄, 통장 잔고 1억원, 해외여행 1년에 1회 이상 등이다. 반면에 선진국의 중산층은 외국어를 하나 정도 구사하여 폭넓은 경험을 갖출 수 있어야 하고, 한 분야 이상의 스포츠나 악기를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사회봉사단체에 참여하여 활동하고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꾸짖을 수 있을 것 등이다. 우리나라의 중산층 기준은 온통 경제적 수준에 맞춰져 있지만 선진국은 남을 위한 배려, 공익에 대한 이해 등 사회·문화적 기준에 맞춰져 있다.

경제적 풍요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공정한 경쟁이 자리잡아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출신에 따라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는 사회, 그리고 그러한 사회를 동경하는 문화가 있는 한 우리는 발전하기 어렵다.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져야 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 그래야 그 결과가 정의로워진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정규직에 비해 더 큰 혜택을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다함께 잘사는 사회는 요원하다. 그래도 우리는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뤄냈고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바꾸어 왔다. 이제는 경제적 성과보다는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개혁하고 의식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힘을 모을 때이다.

조태진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기획금융팀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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