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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동학의 성지

2019-02-23

‘허다한 재화와 재물은 국고로 들어가지 않고 도리어 개인의 배를 채우고 있다. 국가에 누적된 빚이 있어도 모두 갚기를 생각지 아니하고 교만과 사치와 더러운 일만을 거리낌 없이 일삼으니 팔로(八路)는 어육이 되고 백성이 도탄에 허덕이는구나.’

1894년 전봉준·손화중·김개남이 ‘무장포고문’을 발표하고 동학농민혁명의 횃불을 높이 든 지 올해로 125년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부패한 정치와 외세에 맞서 분연히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을 기리기 위해 5월11일을 정부기념일로 지정했다. 이날은 동학농민군이 전북 정읍의 황토현에서 관군과 격돌해 최초로 승리한 날이다.

동학하면 전봉준과 동학농민혁명을 떠올리고 호남·충청을 중심지로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동학의 성지(聖地)는 대구경북이다. 창시자 수운 최제우 선생은 1824년 경주시 현곡면 가정리에서 태어났다. 2대 교주 최시형도 경주 사람이다. 이들의 주된 활동지역도 경주·포항·영해·영덕·상주·안동 등 경북에 집중돼 있다. 경주에는 동학발상지 용담정을 비롯해 최제우 선생 묘, 2014년 복원된 생가 등 수많은 유적이 존재하고 매년 동학문화축제도 열린다. 특히 상주시 은척면 상주동학교당은 국가지정기록물 제9호로 지정된 289종 1천425점의 기록물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해마다 상주동학문화제를 열어 동학정신을 되새긴다. 동학은 대구와도 인연이 깊다. 최제우가 ‘삿된 도로 세상을 어지럽힌 죄(左道亂正之律)’로 1864년 4월15일 순도(殉道)한 곳이 대구읍성 남문 밖 관덕정이다. 이 같은 연유로 1964년 대구 달성공원에 최제우 동상이, 2017년 반월당 인근에 최제우순도비가 건립됐다.

이처럼 대구경북에는 동학과 관련된 역사적 장소나 유적·유물이 유난히 많다. 그럼에도 뿌리 깊은 유교문화와 보수적 성향 탓인지 일반인의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부기념일 제정을 계기로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고 동학의 정신을 기리는 기념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때마침 송영헌 대구시의원도 임시회에서 지역의 동학관련 콘텐츠를 이용한 문화관광코스 개발을 촉구했다. 몇 해 전 경북도가 동학 순례길을 개발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추진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참에 대구경북이 손을 잡고 풍부한 동학의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한다면 손색없는 관광자원이 될 듯하다.

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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