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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단상] 정치에서의 이간질

2019-02-23
[토요단상] 정치에서의 이간질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돈과 개인정보를 빼내기 위해 당신을 속이고 기만하는 피싱(phishing)은 전화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조지 애커로프와 로버트 쉴러에 의하면 경제적·정치적 이익이 있는 곳에는 항상 피싱이 존재한다. 마트에만 가도 적립금카드를 발행하면서 개인정보를 빼내고, 몇 가지 먹거리를 아주 저렴하게 팔면서 사람들이 일단 발을 들이도록 만든다. 그리고 TV를 틀면 모든 광고가 당신을 낚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며, 심지어 드라마나 교양프로그램에서도 PPL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히 피싱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치에서의 피싱은 우리의 무의식을 교묘히 파고든다. 가난한 사람에게 전혀 관심 없는 선거 후보자가 시장을 찾아가 상인들과 악수하는 모습이나 국밥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 우리는 그 사람이 부자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이런 피싱 수단 중에 정치의 영역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비열한 방법이 ‘분할정복’이다. 분할정복은 우리들이 가진 편견을 건드려서 집단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켜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더욱 견고히 뭉치게 하고, 특정대상에 대한 혐오감을 지닌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지지율을 올리는 방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이 이간질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남부전략이라고도 불리는 한 가지 방법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특정 정책을 시행하면 중산층과 저소득층 간의 갈등 그리고 저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갈등이 심해진다. 그 이유는 범죄가 심각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에서 범죄가 더 많이 일어나므로 중산층이 저소득층을 경멸하게 되고 좀 더 보수적인 경향을 띠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내에서도 범죄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범죄집단과 자신들을 구분하기 위해 선을 긋고 편을 만들어 상대방을 경멸하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의 1% 부자를 위한 보수집단이 나머지 99% 중에서 꽤 많은 지지를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저소득층들이 범죄와 아무 관련 없이 살아간다는 사실은 무시된다. 범죄는 같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할정복이 갈등을 일으키려면 서로 간의 공포와 적개심을 교묘히 이용해서 편견을 극대화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간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에 대한 공감능력이 바닥을 치는 불행한 상태가 만들어진다.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분할정복 같은 이간질은 배신의 전략을 기초로 한다. 과거 히틀러나 밀로셰비치와 같은 독재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권력을 쥐고 난 후,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이 극에 달하면서 인종청소와 전쟁으로 불행한 역사를 반복했다. 정신분석학적으로는 이간질은 분리(splitting)라는 정신기제의 대표적인 예다. 분리는 공감능력이 극도로 떨어지는 경계성 인격장애나 소시오패스들의 특징인데, 생각과 행동이 항상 극과 극을 달리면서 중도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항상 눈앞의 이익을 위해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이간질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결국에는 실패하게 된다. 히틀러와 밀로셰비치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고, 서로 상대방에게 적개심으로 총구를 겨누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왜 이러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공감제로들은 당장의 이익은 볼지 몰라도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집단에서 배제되고 만다.

작금의 사태를 보자면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흔히 등장하는 분할정복의 수단은 아직도 북한에 대한 분노와 공포다. 그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통일을 모색하려면 포용과 함께 단호하게 대처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러나 거짓뉴스를 퍼트리며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는 우리도 단호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당장에는 효과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만약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과 청년에게 정치의 저런 모습들이 성공으로 비춰진다면,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내면화하면서 우리들의 소중한 능력인 공감능력을 걷어차 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그래서 저런 비열한 전략이 뿌리내리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게임이론에서 최고의 전략은 협력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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